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다. SNS를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고, 사건 사고를 전하는 뉴스 기사에서조차 습관적으로 이미지를 찾는다.
직접 본 풍경보다 아름답게 연출된 사진에 더욱 쉽게 매료되며, 이후 사진에서 보았던 장면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비로소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게 이미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진으로 매일을 기록한다. 어쩌면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사진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사소한 것들을 기록할 수 있는 힘 때문이 아닐까.
사진을 통해 시대와 일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대를 이어 해오고 있는 가문이 있다. 건축사진가 임정의의 집안이다. 그의 가족 중에는 네 명의 사진작가가 있다. 조부부터 아들까지 4대에 걸쳐 사진을 찍었고, 작가로 활동 중이니 그야말로 사진가 집안이다.
사진가로의 첫발을 내디딘 이는 임석제1918~1996다. 일제시대와 해방기에 노동자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왔던 그는 명실공히 한국 다큐멘터리 리얼리즘 사진의 개척자로 꼽힌다.
임석제의 장조카인 임인식1920~1998은 한국전쟁 때는 종군 사진으로, 그 이후에는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기록 사진으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195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촬영한 항공사진들은 서울의 변화상을 한눈에 보여주기에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런가 하면 임정의는 명실공히 한국 건축사진의 1세대다. 40여년 전 불모지나 다름 없던 건축사진 분야에 뛰어들어 그 기틀을 세워왔으니, 건축사진계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임준영은 아버지인 임정의에 이어 건축사진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사진과 그래픽을 접목시킨 예술 사진들을 선보이며 앞 세대와는 또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