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지민 기자
건물도 나이가 든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견고했던 건물도 숱한 비바람을 견디다 보면 흠이 나고, 늘 북적일것만 같았던 공간도 시간이 지나면 한산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뜸해진 발길마저 끊기면 그 공간은 동면상태에 들어간다. 이러한 공간을 ‘유휴공간’이라고 부른다. 쓰지 않고 놀리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재생’은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화두가 되어왔던 주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재생은 대부분 거시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거나 노후한 건물을 재활용하는 게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재생의 전부일까? 조금 더 미시적인 시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의 빈 땅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에도 재생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휴공간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유휴공간들은 도시와 건축과는 또 다른 방식의 재생이 필요하다.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아니라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빈번히 사용할 때 그 공간들은 다시금 살아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