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자
기사입력 2023-06-30
건축가 김원의 세 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틈틈이 써 내려간 글 68편을 묶은 책으로, 2019년 두 번째 산문집을 발표한 이후 4년 만이다. 팔순의 나이가 된 그가 활동을 시작한 1970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50년 세월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시기. 건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건축가가 우리나라 근현대를 살아오며 겪은 일, 만난 사람들을 회고하며 지난 시대를 기록했다.
책은 5부로 구성된다. 1부 ‘글 쓰는 건축가’에는 일상에서 떠오른 단상과 일화를 적은 수필을 실었다. 소설가 김훈에 얽힌 이야기를 재구성한 에세이와 애주가로서 즐겨 드나든 어느 복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2부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것’에는 지자체나 정부 기관 위원회로 활동한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화재위원으로서 접한 문화재 관계 현안의 뒷이야기에서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인식이 뚜렷이 드러난다. 구 서울시청사, 사찰 음식 체험관, 인왕산에 설치된 안테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지에서 발견된 훈련도감 터, 경주 월정교 복원 사업 등의 사례가 전개된다.
3부 ‘건축, 그 뒷이야기들’에는 저자가 진행했던 크고 작은 건축 설계 프로젝트들을 모았다. 그가 남긴 업적 가운데 손에 꼽는 5대 프로젝트로 독립기념관,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당, 중앙청박물관, 과천 현대미술관이 있다. 그중 독립기념관에서는 풍수지리학회 회장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우여곡절 끝에 완공하게 된 과정을 공개한다.
4부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은 저자의 가족과 그가 만나 관계를 맺어 온 각계각층의 인물 이야기다. 가수 이미배, 김재춘 중앙정보부장, 피아니스트 백건우, 우리나라 제1호 여성 건축사 지순 교수, 이어령 선생 등을 만나볼 수 있다.
5부 ‘예술인가?’에는 ‘다다익선’을 함께 만든 백남준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해 전각, 성미술, 성당 건축, 영화 등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쓴 글이 수록되었다.
김원은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던바, 짙게 묻어나는 문학적 색채 그리고 자신의 활동에 기반을 둔 인문학적 사유, 그만의 입담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기록이자 한 시대를 증언하는 한 권이 책이 되었다. 그렇게 ‘김원의 미시사(微視史)’는 ‘시대의 거시사(巨視史)’를 이루어 온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