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은 항상 골머리를 앓는다. 좁은 땅과 더는 나눌 수 없는 공간,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상점 등 각종 문제와 싸우며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는 한국의 도심에 들어서는 건물의 용적률과 건축가들의 고군분투를 다루는데, 이 책의 주제도 비슷한 맥락선 상에 있다.
‘무지개떡 건축’은 ‘밀도’와 ‘복합’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통해 도시와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그리고 그 안의 건물을 재해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거와 기타 기능을 포함한 복합 건축물을 다루는데, 무지개떡처럼 건물을 저층부, 중층부, 상층부의 3단계로 나누었다. 이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나눈 것이 아니라, 층별로 용도를 구분한 것이다. 저층부는 건물과 땅이 만나는 곳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길과 바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중층부는 건물의 전체 밀도를 결정한다. 사무실이나 학원처럼 건물에 머무는 체류시간이 길고,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크게 중요치 않은 시설들이 들어선다. 상층부에서는 건물이 하늘과 만난다. 바깥에 내리는 비와 눈 그리고 햇빛을 직접 본다. 특히 옥상정원은 친환경 건축이 계속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 건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옥상은 잔디로 덮인 정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당의 개념이 더해졌다.
이렇듯 저자는 ‘무지개떡 건축’에 빗대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상복합건물이 어떤 지향점을 갖고 발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또한, 건물의 공간은 무작위로 싼값에 자리만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아야만 제대로 된 복합 건물 혹은 무지개떡 건축이 된다고 말한다.
무지개떡 건축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다음으로는 기존 아파트를 수직의 마을로 만드는 방법을 알린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례들도 더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단지 내 통로를 모두 보행자 도로로 바꾸고, 저층부를 상점, 카페 등의 상업시설과 유치원,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로 채운다. 그다음은 건물에 공기구멍을 낸다. 곳곳을 뚫어서 작은 텃밭 등 야외 공간을 조성한다. 마지막으로 옥상 공간을 공동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이 책을 한 차례 돌아보면, 저자가 말하는 무지개떡 건축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새겨질 것이다.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서로 얽혀있는 현시대에 무지개떡 건축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