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틀렛 서울 쇼 2013 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 Seoul Show 2013
전통과 혁신은 상보적 관계라 한다. 그리고 영국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이 관계를 꽤나 명쾌하게 보여주는 나라다. 영국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수백 년 전의 과거에서 온 고건축물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하이테크 건축물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그 기저에 전통과 혁신을 접목하려는 숱한 도전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이 같은 영국의 건축적 도전정신은 1960년대에 등장한 건축그룹, 아키그램으로 대변된다. 이들은 ‘워킹 시티’, ‘플러그 인 시티’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미래 도시상을 제시하면서 기능으로 점철된 당대 건축계에 상상력의 바람을 불어넣은 바 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키그램이 보여주었던 실험정신은 런던대학교의 바틀렛The Bartlett에서 이어지고 있다. 1841년 창설된 영국 최초의 건축대학인 바틀렛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전통과 혁신의 경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장려하는 학풍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5년까지 아키그램의 일원인 피터 쿡Peter Cook이 학장을 맡았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바틀렛의 혁신적 성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바틀렛 동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개최됐다.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 ‘바틀렛 서울 쇼 2013’ 전이다. 바틀렛 동문회가 주최하고 졸업생 20명과 재학생 15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이들이 바틀렛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형태의 건축을 소개하고, 나아가 이를 독려하는 바틀렛의 교육 배경을 공유하고자 기획된 자리다.
드로잉, 영상, 논문 등 총 35점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건축적 사고와 결과물, 더불어 이 과정에서 교육되는 실험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한편으로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진행된 작품들을 비교해봄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바틀렛의 성향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다.
25일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주한영국대사 스콧 위트만Scott Whitman, 바틀렛 부학장 씨제이 림CJ Lim 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으며, 동문과 관객 총 2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아 바틀렛에서 펼쳐진 건축적 상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한, 개막식 뒤에는 참여자 9인이 간략하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객석의 반을 일반인이 채울 만큼 건축계 밖에서 보내온 관심도 뜨거웠다. 다소 난해한 내용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풀어낸 이 자리는 건축을 다가가기 어려운 ‘전문분야’로 여기는 대중에게 건축이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지 보여준 짧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