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디자인 제품은 실용품이라 전시가 본래의 목적은 아니다. 건축도 그렇다. 종종 예술로 평가되지만, 그보다는 생활이자 삶 그 자체이기에 전시장 안에 ‘재현’된 건축으로는 그 건물에 담긴 의미를 오롯이 전달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듯 전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두 영역이 북유럽이라는 키워드 하에 미술관에서 마주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북유럽 건축 디자인 전: 노르딕 패션Nordic Passion’ 이다.
흔히 유럽이라 하면 우선적으로 서유럽을 떠올리곤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포함된 서유럽은 근대 이후 유럽의 학문과 경제, 정치, 예술을 주도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 흐름을 이끌고 있기에,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가히 월등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흐름과는 조금 다른 흐름이 눈에 띈다. 서유럽 문화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평범함과 편안함이라는 매력으로 어느새 우리 곁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문화, 북유럽 문화다. 이들의 문화는 그래서 일견 대안 문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안이 ‘대안’으로 떠오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아름답지만 척박한 환경, 주어진 그 환경 속에서 천천히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쁜 우리에겐 없는 그 모습을 북유럽인들의 삶 속에서 발견하기 때문은 아닐까.
‘노르딕 패션’ 전은 바로 여기에 주목한다. 건축과 디자인. 전시로 풀어내기 어려운 두 분야를 통해서 건축물이나 디자인 제품 그 자체보다는, 그 너머에 자리한 이들의 삶의 태도를 전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핀란드 기반의 큐레이터 안애경쏘노안 대표은 전시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우선하는 디자인의 본질과 정신적 의미에 대한 고찰, 그리고 북유럽 사회에서 경험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 민주적인 사고방식이 어떤 교육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서 시작된 전시를 통해 “지금의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그야말로 숲을 보길 권하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