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풍경을 바꿀 대규모 사업들이 3월 한 달 사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서울링’부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한강 곤돌라’, ‘서울공원 명소화’, ‘한강변 글로벌 미래업무지구’까지, 사흘이 멀다 하고 공개되는 프로젝트와 그에 대한 각계의 분분한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의 속사정을 짚어본다.
서울에 들어서는 세계 최대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
지난 8일, 서울시는 세계 최대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사업 추진의 시발점이 될 건립 장소가 선정됨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구상해온 서울형 대관람차 사업이 본격적인 첫발을 떼게 됐다.
서울링은 규모 180m 내외의 고리형 대관람차로, 링 중앙에 살이 없는 고리형 디자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링에는 25인승 캡슐이 36개 달려 있으며 테두리를 따라 0.25㎧ 속도로 움직이는데, 하루 1만 2천명이 이용 가능하다. 전형적인 대관람차 디자인에서 탈피한 만큼 이를 구현하려면 혁신적인 기술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발표에 의하면 이처럼 세계적 수준의 대관람차를 목표로 하는 서울링은 서울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하늘공원에 설치된다. 서울의 다양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에서 환경친화적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땅이라는 점에서, 서울링이 들어설 최적지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서울링 하부에는 난지도의 역사를 알릴 전시관을 조성하고, 인근 월드컵 공원과 연계되는 지하 연결 통로를 만들어 접근성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구체적 계획이 발표된 지 2주. 사업의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 등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지만, 논의는 커녕 디자인 공개와 동시에 표절 시비에 휘말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 새천년과 2002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상암동 한강 변에 세우려다 무산된 국가상징조형물 ‘천년의 문’과 유사한 형태 탓이다.
당시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경희대학교 이은석 교수와 건축사사무소 오퍼스의 안이 당선돼 실시설계까지 진행됐으나, 비용, 안정성, 시의성을 비롯한 복잡한 정치적 요인들까지 엮여 전면 백지화 됐는데, 그 디자인이 23년만에 서울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재등장 했다는 것.
이 사태에 대해 건축사사무소 오퍼스의 우대성 대표는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하며 분개하는 상황이다. “ 서울시와 오세훈시장은 이름도 디자인의 핵심도 그대로 도용해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용하지 말라는 설계자의 요청은 묵살되었다. … 이 시대에 그런 상징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혹시 필요하다면 ‘설계공모’를 통해 만들어야지 베껴서 민자 제안을 받겠다는 발상과 절차는 도대체 누구의 생각일까. 왜 지금 누구를 위해 이 프로젝트를 베낀단 말인가?”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도 14일 이 사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도, 서울시의 발표에는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이 된다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며 디자인을 강조하는 서울시가 이렇듯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 인식도 없이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했다.
건축계에서 불거져 나온 이러한 표절 의혹에 대해 서울시 역시 15일 해명자료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 “법률자문 결과, 서울링 디자인은 구체적 설계안 도출을 위한 방향성 제시 차원의 예시도이고, 대관람차의 기본 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며, 또한 기능적으로도 천년의문(관망탑, 전망대)과 서울링(대관람차)은 다른 구조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 실제 구현될 디자인은 민간 제안을 받아봐야 확정되고, 향후 이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표절 혐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서울공원 명소화, 한강변 글로벌 미래업무지구
한강 변에 세계 최대규모의 관람차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바로 다음날(9일), 서울시는 또 하나의 대규모 사업 계획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런데 프로젝트 앞에 붙은 수식어가 낯익다. ‘한강르네상스사업 2.0′. 오세훈 서울시장이 33, 34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6년 당시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이 17년만에 업데이트 버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당시 한강르네상스사업은 자연성 회복, 접근성 향상, 문화 기반 향상 등을 목표로, 5대 분야에 걸쳐 33개 사업이 추진된 바 있다. 여의도‧뚝섬‧반포·난지에 조성된 한강공원과 달빛무지개분수, 여의샛강 생태공원 등 호평을 받는 성과도 있지만,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등의 이슈로 백지화 된 사업도 적지 않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기존 한강르네상스사업에 포함됐던 사업들을 비롯하여, 생태공원 정비, 수상 산책로 조성, 노들섬의 예술섬화 등, 총 55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전일 발표된 ‘서울링’ 또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업무지구 등의 핵심 거점은 ‘도시혁신구역’으로 설정해 용적률과 건폐율 규제도 완화하고, 단조롭고 사유화된 한강변 주거지의 높이 제한도 폐지하여 차별화된 도시 경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13일에는 한강변의 주요 거점을 공중으로 연결하는 일명 ‘한강 곤돌라’의 구상 계획도 전해졌다. 유럽 수변 도시들의 선행 개발 사례를 둘러보기 위해 유럽을 방문 중인 오세훈 시장이 템즈강의 수변 경관을 조망한 자리에서 밝힌 구상으로, 핵심은 런던과 같이 수변 공간의 이동성을 확장하고, 색다른 경험을 통한 여가문화 명소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연일 새로운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서울링’이 들어설 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시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24개 직영 공원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서울공원 명소화’ 구상(15일 발표), 여의도 공원 내의 새로운 수변랜드마크가 될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18일 발표),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아일랜드 더블린을 모티프로 한 ‘한강변의 글로벌 업무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19일 발표) 등이다.
그러나 발표된 계획의 다수가 아직은 구상 수준의 단계라 이중 얼마나 현실화 될 것인지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또한, 개별적으로 발표된 사업 간의 관계성 정리도 필요하다. 서울시의 모든 사업은 상위계획인 ‘2040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공원 명소화’ 등의 구상 또한 ‘2040 도시기본계획’ 과의 연계성 속에서 그 방향성을 점검해야 한다.
디자인적인 측면이 중요한 사업은 올 초 발표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과도 공통 분모를 가진다. 노들섬이 그 대표적인 예로, 노들섬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인 동시에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이 도입되는 대상지다. 즉, 디자인 혁신을 통해 한강의 새 랜드마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 만큼, 이러한 방안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반드시 지켜볼 일이다. 이처럼 산적해 있는 많은 이슈를 넘기고 서울은 과연 발표한 구상들을 무사히 현실화할 수 있을까. 미래의 서울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는 이유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