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화성이라는 도시를 얘기할 때면 으레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가 남긴 강렬한 인상 때문일까. 그 소재가 됐던 사건이 일어난 지는 이십 여년이 훌쩍 지났고 그간 도시는 괄목할만한 변화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화성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한다.
화성시 서부에 자리한 안녕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안녕동은 도시개발사업이 십여 년간 지연되고, 경기침체로 비워진 건물과 토지가 늘어가면서 점차 피폐해져 온 마을이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공유지나 사유지들은 빨리 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과거의 도시재생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개발의 개념이 대부분이었기에, 화성시도 토지 소유주들도 선뜻 어떠한 방안을 내놓기가 어려워 방치되는 곳들이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땅들이 컨테이너 트럭의 야간 주차장이 되어버리는 등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여러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부정적인 도시와 마을의 이미지를 문화를 통해 개선해보려는 작은 시도가 눈에 띈다. 지난 4월, 안녕동에 개관한 건축 디자인 전문 전시장 ‘소다미술관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 SoDA’이다.
소다미술관의 시작은 찜질방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400평 규모의 대형 찜질방 건설 계획이 무산되면서, 짓다 만 건물은 무려 6년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버려진 건물이 전시공간이 부족한 젊은 창작자들에게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이자, 지역 주민, 특히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 창작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태생부터 남다른 미술관은 인근 지역 젊은이들에게 전시 운영 관리, 도슨트 등의 다양한 취업의 기회도 제공함으로써 도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보는 촉매제가 되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