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하는 풀 내음, 중력을 거스르며 흐르는 폭포, 고요하게 내리는 보슬비와 그 빗방울 사이에 맺힌 무지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이 자연을 품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고, 더 환상적인 자연을.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세상이 오는 2월 26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펼쳐진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가
최근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로 꼽히는 올라퍼 엘리아슨. 그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예술의 새로운 개념과 형태를 보여주는 작가로 유명하다. 현재도 테크니션, 건축가, 아키비스트, 프로그래머, 미술사가, 요리사 등 9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을 이끌며, 예술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와 관점을 바꿔놓는 시도를 계속 해가고 있다. 특히 그는 ‘예술의 사회적 책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실천형 작가’ 이기도 하다. 활동 초기부터 기후, 환경, 난민 등 시대적 현안과 관련한 공공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빙하 덩어리를 대도시로 가져와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강 상류에 녹색 염료를 풀어 온통 녹색으로 바뀌어버린 강을 통해 환경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대두시키기도 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낙후 지역을 위해 환경에 무해한 저렴한 전구를 개발해, 환경친화적 개발과 평등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식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가’로 ‘크리스탈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의 대표작들이 소개된다. 조각과 설치물부터 사진과 회화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