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달라진 우리 삶과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지 40년. 9.5km로 시작된 노선은 어느새 수백 킬로미터를 훌쩍 넘어 서울 시내는 물론 수도권까지 촘촘하게 잇고 있다. 거대한 종합운동장과 그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로 가득한 잠실을 보고 이곳이 허허벌판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듯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옛 모습은 지워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라지고 말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1세대 건축사진가 임정의가 기록한 지난 50년의 흔적들이 자서전 형식의 작품집으로 엮여 나왔다. 총 256페이지에 100만 장의 사진 중 엄선하고 엄선한 사진들로, 삶과 도시,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1부인 ‘삶의 기억’에서는 조선의 고궁이 아닌 동물원으로 이용되던 창경원의 모습, 대학로에 있던 서울대학교가 관악산 아래로 이전하게 된 사연, 육영수 여사의 장례식,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풍경과 경부고속도로 공사 장면 등, 지난 50년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던 굵직한 사건·사고들을 모아두었다. 소주제마다 그 사건에 대한 간략한 산문형식의 글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사진과 함께 읽으면 누군가 옆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2부는 ‘도시’에 초점을 맞춘다. 1993년 남산의 경관을 훼손했던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되던 장면, 잠실벌이 아파트촌으로 변신하게 된 과정,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둘 건설되며 바뀐 한강의 풍경 등, 인터넷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옛 서울의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처 몰랐던 옛 모습들을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3부는 ‘시대의 기억’이다. 코리아 헤럴드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당시의 에피소드와 공간건축에서 건축 사진을 접하게 된 이야기를 비롯해 조선총독부가 철거되던 순간, 명동성당의 100년사,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건설 과정까지 작가 자신의 기억이자 우리가 지나온 시대의 기록을 모은 장이다.
그의 말처럼 과거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다. 지나간 세월, 우리가 겪어왔던 시간의 이미지이자 이야기를 엮어낸 이 책을 통해 지난날의 삶과 기억을 재조명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