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스쳐 가는 배경일까, 우리 삶에 스며드는 본질일까? 건축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건축가 김영배의 첫 작품집이 출간됐다.
그는 2018년 드로잉웍스를 설립한 이래, 갑자기 떠오르는 건축적 발상에 기대어 작업하기보다는, 대지에 내재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역성을 토대로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 책은 그가 자연에서 얻은 인상을 되새기며 건축적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온 여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엮어낸 책이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챕터, ‘자연이 주다’에서는 건축가가 자연의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이야기한다.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장면들 속에서 얻은 건축적 영감을 공유하며 자연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한다.
두 번째 챕터, ‘자연이 되다’에는 인공적인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방법과 그 맥락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사례로 소개한 거제의 ‘흐르는 풍경’ 전망대와 영동의 ‘한 사람을 위한 집’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봐도 좋다.
세 번째 챕터, ‘자연에서 얻다’에서는 돌, 나무, 흙 등 자연 재료의 활용법을 다룬다. 자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홍티 라운지’나 기존 재료의 기능을 극대화한 ‘서프 하우스’ 등을 소개하며, 건축에서 자연의 재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마지막 챕터, ‘자연이 쌓이다’에서는 건축과 시간의 관계를 다룬다. 그는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재해석 함에 있어 “변화를 예측하고 적당히 자연스러워지는 것,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설계”라고 말한다. 이 챕터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통해 완성된 ‘리틀아씨시’, ‘고라미집’, 그리고 가장 최근에 완공된 ‘시간의 여백’ 프로젝트를 통해, 시간을 담아내는 건축,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풍부해지는 공간의 매력을 보여준다.
세월이 지나다 보면 최초의 모습은 사라지고 과거의 흔적이 적당히 담아 있곤 한다. 때론 새로운 재료를 덧씌우기도 하고, 그 속에서 모호함이 보이기도 한다. 과거는 늘 어제부터이고 미래는 내일부터라고 하고, 이 공간을 벗어나면 오랜 시간 대지 위에서 있던 건축과 자연이 동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자연이 쌓이다’ 중에서
한편, ‘자연스레’는 젊은 건축가Young Architect로서 아직Not Yet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하지 않은 이들을 조명하는 ‘Y건축가의 언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기도 하다. 건축가의 언어는 시대와 시간과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명확한 해법이나 확고한 철학을 제시하지는 않으며, 지금, 혹은 지금까지 건축가 김영배가 생각해 온 바를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묘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그 자연과 함께 끝없는 순환의 일부가 되는 건축,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건축가 김영배.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통해 그의 언어는 어떻게 달라질지,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