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 정박한 폐선박. 올여름, 서울관 마당에 자리 잡은 뒤집힌 배 한 척이 삼청로의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이 배의 정체는 올해로 3회를 맞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의 우승팀, 신스랩 아키텍쳐(신형철)의 ‘템플(Temp’L)이다. 1회 우승작 ‘신선놀음’이 구름을 형상화한 풍선과 물안개로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했고, 2회 우승작 ‘지붕감각’이 거대한 갈대 발로 잊고 있던 감각을 깨웠다면, ‘템플’은 산업시대가 남긴 가장 거대한 창조물인 선박을 이용해 예년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이미지와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된 YAP는 재능 있는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국제 공모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물, 그늘, 쉼터’라는 세 가지 요소에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파빌리온을 구축하는데, 주로 형태보다는 아이디어에 주목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여 왔다. 젊은 건축가들의 이러한 실험은 다양한 이슈를 생산함으로써, 건축에 대한 높은 인식의 벽을 허무는 역할도 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칠레 컨스트럭토, 이탈리아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 터키 이스탄불 현대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차례로 합류해 자체적으로 YAP를 시행하고 있으며, 각 미술관을 대표하는 여름 전시로 성장할 만큼 대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