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한양도성 국제학술회의
역사도시와 도시성곽
전 세계적으로 칠백여 개의 문화재와 건축물,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의 등재를 시작으로 해마다 그 수가 늘어, 현재는 총 9건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우리 선조가 남긴 또 하나의 자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한양도성Seoul City Wall이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6년에 수도 방위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축조한 한양도성은 전체길이 18.6km에 달하는 대규모 성곽이다. 현재는 12km가량만이 남아있으나 현존하는 수도 성곽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축조의 원칙과 방식 또한 특별하다. 조선 시대 도시계획의 근간인 풍수 사상에 입각하여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 능선을 따라 세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형과 일체화된 성곽은 축조에 드는 노동력을 최소화 한 우리 선조의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 작업이 구체화 된 시점은 작년 4월 문화재청이 한양도성을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후 서울시는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종합 계획’을 수립(6월)하고 한양도성 전담 조직인 ‘한양도성도감’을 신설(9월)하는 등, 다양한 사전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600년 서울의 변화를 지켜본 역사의 증거이자, 자연에 순응한 도시계획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이며, 지금은 매년 수십만의 시민이 즐겨 찾는 살아있는 유적지 한양도성이 마침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아직 준비단계지만, 최소 1년 이상 잠정목록에 등재돼있어야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출발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월 22일 서울시청에서 제1차 한양도성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세계유산으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역사도시와 도시성곽’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십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 및 토론자로 초청돼 세계 각국 도시성곽의 사례를 소개하고 한양도성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유네스코 자문기관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이코모스ICOMOS,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한 만큼 앞으로의 전략과 로드맵 수립에 참고할만한 다양한 논의거리가 등장한 자리였다. 한양도성이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마련된 첫 공식 석상이었기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부처 공무원을 포함한 많은 청중이 회의장을 찾아 한양도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박 시장은 개회사에서 ‘진정성 있는 준비’, ‘시민과 함께하는 준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통해 한양도성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