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이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 정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면, 집은 인생의 목표인 동시에 내 발목을 잡는 존재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건축자 디자이너인 이 책의 저자 에드윈 헤스코트는 이렇게 답한다. ‘집은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라고 말이다. 창문은 ‘삶을 담고 있는 액자’이며, 책은 ‘영혼이 있는 가구’, 거울은 ‘내면을 살피는 장치’이고, 바닥은 ‘우리 삶이 연출되는 무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단은 ‘더불어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는 공간’이며, 거실은 ‘집의 얼굴’이고, 복도는 ‘바쁜 이들을 위한 삶의 쉼표’라 설명한다. 이렇듯 공간과 그 공간에 놓인 사물들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잿빛 도시 속 똑같이 찍어낸 듯 거대하게 늘어선 아파트의 평수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공간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여간 익숙지 않을뿐더러 그럴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데로 ‘집은 자신의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면, 지금부터라도 집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될 것이다. 내 발길이 머물고, 손길이 닿는 그저 익숙하고 사소했던 모든 공간이 나를 기억하고 대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창문, 계단, 거실, 부엌, 침실 등 집을 구성하는 총 27가지의 공간에 삶의 의미를 담아냈다. 단순히 역할놀이 하듯 각 공간에 의미를 부여한 것만이 아니라, 철학적인 고찰을, 더 나아가서는 공간과 함께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에 담겨있는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고전 명화들덕분에 이러한 역사적 접근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신빙성 있게 된다.책은 주로 서양의 주거 문화를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우리의 주거형태도 이미 상당 부분이 서구화 되어버렸기에 크게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철학적으로 담아내는 공간이 내 집에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들이 분명 새롭게 느껴질 것이며 집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