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정확한 의미를 짚어볼 일이 없는 표현, 혹은 단어들이 있다.
‘태도’가 그렇다. 사전적으로는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또는 어떤 일이나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뜻하는데, 그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이 ‘태도’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십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쫓아온 이가 있다. 바로 대관령 하늘목장과 서소문 역사공원의 조경가로 잘 알려진, 조경가 이수학이다.
그가 진행했던 열일곱 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집이 ‘태도’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2002년 출간한 단행본 ‘태도-조경·행위·반성·시작’의 개정 증보판인데, 이십 년이 흐른 만큼 수록된 프로젝트도 늘었고 그만큼 두께도 두꺼워졌지만, 제목만은 동일하다. 조경가의 작품집 제목이라기에는 언뜻 매치가 안 되는 듯도 하지만, 그런 독자들의 의문을 짐작하였던 것인지 작가는 서문 첫 문단에서 이렇게 말한다.
“태도란 대상에 대한 마음가짐이며 동시에 행위가 아니겠는가. 우리 주위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볼 때 그것은 하나의 시각을 의미하며, 말할 때 그것은 자신의 입장이 되고, 그리기를 할 때 그것은 규범이 된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책이 여느 건축, 조경 작품집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로 600페이지가 넘는 책 2권, 무려 1,200여 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멋지게 세팅하여 촬영한 완공 사진이 아니다. 그림과 모형과 낙서와 메모들이다. 그림으로만 그려진 어린이 놀이터부터 만들어지다 멈춘 조각 정원, 대학교 캠퍼스에서 삼백만 평의 초지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들어 낸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담아냄으로써, 설계하는 일은 여느 노동과 다르지 않으며, 쓰고 그리고 만드는 모든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조경가로서, 그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나무와 풀, 콘크리트와 철판을 재료로 도시와 땅에 관해 조경이 꾸어 마땅한 꿈을 이야기한다.
흘러가는 아이디어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 섬세한 사유의 배경에는 당연하게도 ‘태도’가 있다. 건축가 이일훈 역시 책 첫머리의 추천사에서 이수학을 이렇게 소개한다.
“조경에서 소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건이긴 하되 전부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조경에선 식물성 소재보다 식물성의 사유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인식으로 심은 그루를 우리는 비로소 나무라고 불러야 한다. 그게 태도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를 묻는 것보다 태도는 더 중심이어야 한다. 세상 어떤 일이거나. 조경의 이름이라면 더욱더!”라고.
숲에는 나무만 있지 않고 바위와 새와 삶과 죽임이 함께 있고, 있어야 한다는 당연함을 알고 있는 조경가.
당연함을 묻지 않는 요즘 같은 당돌한 시절에, 당연함의 귀함을 태도로 삼아 작업하는 조경가.
자신만의 태도를 견지하며 땅을 매만지고 풍경을 만들어 가는 그의 사유를 흔적들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