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움이 곧 무기인 시대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재료로 전에 선보인 적 없는 건축물을 만들어냈을 때 우리는 환호한다. 하지만 새로움의 유효 기간은 짧기만 하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익숙함의 단계로 접어드는 탓이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만큼이나 익숙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듯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움이 쉬이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 방법은 익숙함이라는 더욱 견고한 기반 위에 발을 디디는 것이 아닐까.
올 하반기, ‘타일’이라는 익숙한 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해 보는 전시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8월 9일 막을 올린 ‘포스트 타일, 타일 이후의 타일’ 전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미술관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타일’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그 익숙한 재료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살펴보는 전시다.
타일, 진화를 꿈꾸다
타일은 오천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축 재료다. 그러나 그 역사에 비해 타일의 진화는 더디기만 했다. 오랫동안 평평한 사각 판의 형태와 마감재라는 용도를 탈피하지 못했으며, 나무나 돌이 건축 외의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과는 달리 타일은 19세기 말에 접어들어서야 산업, 공학, 디자인 등의 영역으로 서서히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타일이 이토록 긴 시간 생명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고정관념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캔버스처럼 활용할 수 있는 평면성과 점토를 덧붙이거나 깎아냄으로써 부여되는 입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장식적인 마감재로 쓰이지만 때로는 그 자체가 조형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같은 다양한 특성에 주목해 타일의 진화를 꾀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타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한 기획 의도는 ‘포스트 타일’이라는 전시명에서부터 강하게 감지된다. 기존의 경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한 ‘포스트 모더니즘’ 개념에서 착안해, 타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응용한 작품들에 ‘포스트’라는 접두사를 붙여 새로운 탐색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건축재로서의 타일이 아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동시대 미술의 산실로써 타일을 바라본다. 타일에 내재된 다양한 속성이 오늘날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구현되고 창조되며 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