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랫 건축 대학교 동문전, REDUX Pratt Architecture Redux
동문(同門). 같은 문을 지나다니며 공부한 사람들. 얼굴 한번 마주치지 못한 선배일 수도,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후배일 수도 있지만 같은 학교 같은 스승에게서 배웠다는 그 하나의 공통점은 나이도 관심사도 다른 개개인을 끈끈하게 엮어주는 구심점이 되곤 한다. 때문에 이렇게 뚜렷한 공통분모로 묶인 이들이 펼치는 동문전은 일반적인 전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이름은 잠시 숨겨둔 채 철저히 구성원의 일부가 되길 자처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요즘 건축계에도 잇단 동문전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졸업 전시회를 겸해 조촐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은 그 규모가 어떻든 당사자들에게는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최근 한 달을 사이에 두고 흥미로운 두 개의 동문전이 열렸다. 런던대학교 바틀렛 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 동문들의 ‘바틀렛 서울 쇼 2013’과 한국 프랫 대학교 Pratt Institute 건축 동문회가 기획한 ‘프랫 리덕스 Redux’ 전이다. 내로라하는 해외 건축 대학의 ‘첫 동문전’이 자신들의 학교 담장을 넘어 바로 이곳, 서울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7월 3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아트 스페이스 H에서 열린 ‘프랫 리덕스’ 전은 기획 의도부터 구성까지 다분히 동문전의 취지에 충실하고 있다.
프랫 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디자인 대학이다. 건축 과정은 1954년부터 시작됐으며, 디자인 대학의 이점을 활용한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학풍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랫 대학교 동문들에게 2013년은 특별한 해다. 첫 번째 한국 졸업생이 나온 지 올해로 꼭 반세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는 동문전을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전시 타이틀이 ‘리덕스’인 이유도 비슷하다.
지난 50년간 한국 프랫 건축인들이 쌓아온 흔적들을 되새겨보면서 세대를 초월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열린 ‘첫’ 동문전임에도 어디서도 ‘1회’라는 단어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일회성 기획전이 아닌지 의문이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동문회장인 구영민 교수인하대학교 는 “이번 전시는 처음이자 마지막 동문전이다. 전시명에 1회라는 말을 붙이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선배들이 주축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테고 그렇게 계속 이런 자리를 이어갈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몇번째 전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전시는 그냥 그 자체로 의미있는, 언제나 첫 회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1982년도 졸업생부터 2015년에 졸업할 재학생까지 모두 30명의 동문이 참여했다. 삼십 여년에 걸쳐있는 참여자들의 넓은 스펙트럼은 구 교수의 말마따나 이번 전시가 단순히 과거의 회상이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다음 세대와의 교류와 대물림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바를 보여준 부분이다.
아트 스페이스 H의 4층 전관에서 이뤄진 전시에는 이들의 학창시절 작품에서부터 실험적인 근작과 실무작업까지 그간 동문들이 해왔던 다양한 범위의 작업 80여 점이 소개됐다. 작품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층마다 조금씩 다른 전시가 펼쳐진다. 1층에는 학창시절 작품, 2층에는 비 실무 작품, 3층에는 실무 작품이 전시됐고 4층은 가장 많은 작품을 출품한 구영민 교수의 작품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