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승리 기자
모방과 창조-대가시대의 한국건축
이날 토론회는 지지부진했다. 그렇다 할 토론이 없던 탓이다.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진행자와 발표자의 논쟁, 중간에 붕 뜬 토론자, 행여나 보기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진땀빼는 주최 측, 그리고 황당한 표정의 청중까지. 여간 어색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주제발표가 끝날 때쯤 등장해 토론의 흐름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진행자는 계속해서 이날 토론의 주제였던 ‘모방과 창조-대가시대의 한국건축’에 대한 평소 자신만의 소신에 근거하여 토론을 이끌어가고자 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토론자는 진행자의 질문이 발표 내용과 거리가 있다며 진행자가 던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등 민망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중구난방(衆口難防). 결국,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게다가 토론 말미에 청중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논지를 이끌어내려는 진행자의 시도마저 실패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찝찝한 결말을 가져왔다.
지난 5월 21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한국건축의 정체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제목 아래 오는 11월까지 총 5번에 걸쳐 진행되는 토론회 중 두 번째 토론으로, 건축을 비롯해 공연예술, 그리고 미학 분야의 전문가 6인(김광현 교수서울대학교, 김미상 교수루벵카톨릭대학 친환경건축연구센터, 정만영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종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이관형 연구원경기개발연구원, 김기영 교수국민대학교 작곡과)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