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의 매각과 철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 건축 유산의 보존 문제가 건축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이를 계기로 건축가, 이론가, 역사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됐고, 개발과 보존, 양자택일이 아닌 상생의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시는 ‘힐튼호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하고, 입지 특성, 주변 현황, 기존 건축물 활용 등을 고려하여 수립한, 구체적인 정비계획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건축물은 높이 142.8m의 업무시설 1개 동과 관광숙박시설 1개 동, 판매시설로 계획된다. 현재 힐튼호텔이 위치한 양동구역은 기존 건축물들로 인해 남산 조망이 불가능하므로, 이점을 고려해 서울역 북측에서 남대문교회, 남산까지 이어지는 조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건축물을 배치하는 게 이번 정비계획의 핵심 중 하나다.
또한, 힐튼호텔의 건축사적 가치를 고려하여, 메인 로비는 그대로 보존하는 동시에 새롭게 활용한다. 원 설계자인 건축가 김종성이 계획한 아트리움 형식의 로비는 천창과 높은 층고, 브론즈와 대리석 등의 마감재로 우아함과 장중함이 드러나는 핵심 공간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그중 계단, 기둥, 보에 해당하는 일부는 보존하고 주요 가로변에서 진입할 수 있게 배치하여 접근 편의성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외부와 로비를 시각적으로 연결하여 역사 자원의 존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기존 메인 로비로 통하는 대규모 판매시설을 계획하여 시민들이 힐튼호텔의 장소성과 함께 새로운 공간을 경험케 하였으며, 실외 중심공간인 개방형 녹지와 직접 연결되는 실내 휴게공간을 배치하여 대상지의 실내외 공간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역에서 남산으로의 보행 접근성도 개선된다. 대상지 주변 지형의 고저차를 극복하기 위해 보행편의시설과 녹지보행축을 확보하고, 구역 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다층적인 접근 동선을 만드는 것이다.
시는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된 양동구역 제4-2·7지구를 시작으로 서울역에서 남산을 잇는 입지적 특성을 적극 고려한 구역 전체의 공간 개선을 구상하고, 시민들을 위한 실효성있는 공공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하여 도심활성화와 도시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