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재해석해 설계한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건축과 장소성을 모티브로 한 사진전 ‘숨쉬는 벽’이 주한 스위스대사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험적인 인물 사진과 퍼포먼스 프로젝트로 유명한 천경우 작가가 큐레이터를 맡은 전시로, 여덟 명의 젊은 한국 사진가의 작품 47점으로 구성된다.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1974년 스위스 정부가 매입한 부지에서 이전해 나갔다가, 지난 2019년 5월 주한 대사관 중 최초로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설계한 건물을 개관하며, 5년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스위스대사관 신축 건물이 어떤 경험과 느낌을 주는지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표현하기 위해 기획됐다.
보통 사람들에게 대사관이란, 존재는 알지만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운 미지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대사관은 경직성과 무게감을 덜고, 창작이 이루어지는, 마치 예술공장과도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작가들은 수개월에 걸쳐 스위스대사관 건물을 연구하고 각자의 방법론에 따라 여러 이미지를 구현했다. 대사관의 숨겨진 지하 공간을 지상으로 끌어내 혼합된 공간을 연출하거나, 밤과 낮의 다양한 시점으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한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대사관에 존재하는 사물들로 공간을 일시적으로 변형시키거나 대사관 구성원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 시켜 눈으로 보이지 않던 고유한 동선을 드러나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예술적 섬세함을 통해 탄생한 47점의 작품들은 대사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편견과 획일적인 상징을 벗어나며, 일반적 인식의 경계를 허문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는 “신축 대사관이 개관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한국의 많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서는지 살펴볼 시간이 되었다”며, “인식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참여형 전시 및 출판 프로젝트가 스위스와 한국의 깊어진 연대와 교류를 예술적으로 상징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 작품과 함께 여러 이해 관계자가 대사관 건물에 대해 설명한 짧은 글을 수록한 책도 발행됐다. 작품 47점을 포함해 총 84점의 사진 작품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위스대사관과 그 동안 긴밀히 협력해 온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을 포함한 161명의 사람들이 대사관에 대한 인상을 적은 161개의 짧은 글을 수록해 신축 건축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10일까지 주한 스위스대사관 마당에서 이뤄지며, 12일부터 12월 4일까지는 종로의 서이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자료제공 / 주한 스위스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