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에디터 정호연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유아이에이 건축사사무소 + 큐엔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에서 성큼성큼 자라나 있는 백색의 나무들은 모두 강철이다. 좁은 땅을 피해 하늘로 높다랗게 뻗은 그 가지들 위에는 동그라니 구름이 걸려 있다. 말갛게 열려 있는 구름 너머로 하늘도 환하게 열려 있다. 하늘과 구름을 통과해 강철나무를 타고 빛과 바람과 생기가 흘러 들어온다. 나이들어 차갑게 식어 가던 땅 위에 다시 온기가 돌고 활기가 이는 중이다.
해방촌 재생을 위한 앵커사업으로 기획된 신흥시장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해방촌은 남산으로 인해 고도 제한에 걸려 있는 구역이다. 게다가 신흥시장은 건폐율이 100%가 넘다 보니 환수 이익이 낮아 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의 환경을 안고 재생으로 방향이 정해진 이유다.
신흥시장에는 기존에도 아케이드가 있긴 했다. 2017년까지 시장을 덮고 있던 석면 슬레이트가 그것이다. 2층에서 내밀어진 슬래브에 올린 형태로, 석면 슬레이트를 중심으로 1층과 그 위층이 단절되어 있는 형편이었다. 당연히 채광도 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형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1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계될 수 있는 환경을 꿈꾸는 모습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수직적으로 한 영역에 들어설 수 있는 환경을 구비해 놓은 모습이다.
옥상 너머로 들어 올려진 아케이드 덮개는 공기충전방식 ETFE 막구조다. ‘에틸렌’과 ‘테트라 프루오로 에틸렌’이라는 복합 재료로 오염이 안 되는 내구성이 보장된다. 말하자면, 공기를 엔지니어링하여 디자인한 99% 공기로 이루어진 막구조인 덕분에 무엇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비는 막고 채광과 환기는 원활하도록 돕는 최적의 시스템인 동시에 가벼운 상하부지지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수차례 구조 계산을 걸쳐 결정된 직경 165mm의 스틸 파이프 기둥을 지지대로 삼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좁은 길을 기둥들이 최소로 점유하도록 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막구조가 시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높이에 위치하긴 하지만, 남산 지형의 고도 제한을 지키는 선에서 떠 있다. 기존 건물들에 기대지 않고 자립형으로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그 복잡하고도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도 같다.
땅에서 자라난 듯한 지상 기둥은 4개가 한 다발로 총 12다발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들 사이에 나 있는 벽 등 상가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위치에 배치하다 보니 휘어진 모양이 특징이다. 지상 기둥 위에서 나뭇가지 형태를 한 상부 기둥이 한 번 더 상부를 효과적으로 받쳐주는 구조다. 각 165mm 지름의 기둥 48개로 이루어진 총 12다발의 기둥이 서 있으니, 상부 덮개 면적 678.8sqm를 1sqm에 해당하는 면적이 받치고 있는 셈이다. 비유하자면, 샤프심이 명함을 받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떠 있는 루프는 남산 아래 새로운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 환기와 자연광이 원활해지면서 전체 시장도 밝아져 실제로 시장을 찾는 젊은 발걸음들이 부쩍 늘었다. 해방촌 특유의 잠재적 가치를 잘 드러낸 프로젝트로, 디자인과 공간 혁신의 역학관계를 실증하는 사례로 평가되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클라우드 /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 2가동 1-480외 69필지 / 설계: 유아이에이 건축사사무소 (위진복) + 큐엔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홍석규) / 시공: 엠엠라이트 / 구조설계: CNP동양 / 토목설계: 도성엔지니어링 / 용도: 시장 아케이드 / 대지면적: 2,310.48m² / 건축면적: 678.80m² / 연면적: 1.02m² / 구조: 철골조 / 외부마감: ETFE 2중막 구조, 철골조 위 도장 / 완공: 2022 / 사진: 신재익, 김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