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JUNGLIM Architecture
여러 육면체들을 평면상에 펼쳐놓은 채 가로 및 세로로 조합하거나 또는 덜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4개의 병동으로 이루어진 타워와 중정으로 구성된 매스가 그려내는 선은 정갈하지만 그 짜임새가 다채롭고 역동적이어서 활기차게 느껴진다.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유리와 금속의 외관 역시 세련된 도시적 감성과 경쾌한 표정을 더한다. 거대한 규모와 웅장한 외관이 시선과 주변을 압도하는 것은 분명하다. 동시에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몸짓이 여기저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것은 대형 건물의 권위감을 내려놓은 태도로 읽힌다.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이 서울 서남권 주요거점 병원으로 계획한 프로젝트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3인실 중심 1천 개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으로, 국내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지가 위치한 마곡지구의 특성상, 항공고도에 의한 높이제한과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건축물의 수평 길이 제한을 극복하고 대형화를 이루어야 하는 위치다. 두 개의 메인코어를 가진 네 개의 병동으로 구성된 중정형 매스가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중정의 일부 구간을 과감히 걷어내는 조형계획을 통해 내외부공간이 연속된다. 물리적으로 닫혀 있는 폐쇄적인 중정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여 건축물을 두텁고 거대한 성으로 두지 않고 안팎의 경계를 자연스레 허물고 있다.
150m에 이르는 저층부의 아트리움은, 외래부와 중앙진료부를 명확히 분리하여 기능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그곳을 중심으로 각 공간을 찾아가기 수월하도록 이끈다. ‘헤리티지 월’이라 불리는 아트리움의 중앙진료부 벽체는 따뜻한 색감의 대리석을 곡선형으로 처리함으로써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높이가 낮을수록 석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이대의료원의 역사성을 대변한 것이고, 이화여자대학교의 상징인 배꽃 잎의 형태를 음각으로 새긴 것은 그 상징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기존 대형병원들과는 차별화된 세계적 수준의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접근이 이루어진 점은 무엇보다 주목하게 되는 점이다.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운영비용의 절감이 시설과 서비스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환자의 의료 만족도 향상에 기여하게 마련이다. 일사(日射)를 조절하는 패시브 계획, 효율성과 쾌적함과 안전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액티브 계획, 친환경 자재 사용, 자연환기량 증대, 자연채광의 최대 유입 등을 통해 일반 대형병원 대비 절반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빗물이나 버려지는 물을 저장하여 재활용하거나 지면의 투수 면적을 최대화하여 물 순환 기능을 회복시킨 점, 한정된 도심지에서 최대한의 녹지를 확보하여 생태기능을 복원한 점 역시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작품명: 이대서울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 설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위치: 서울시 강서구 공항대로 260 / 용도: 의료시설 / 대지면적: 33,360㎡ / 건축면적: 17,176.33㎡ / 연면적: 262,722.67㎡ / 규모: 지하6층, 지상10층 / 높이: 47.20m / 건폐율: 51.49% / 용적율: 256.75%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THK28투명로이복층유리, 노출콘크리트, 화강석 / 내부마감: 대리석, 화강석, 우드패널, 흡음석고보드 / 설계기간: 2013.12~2017.12 / 시공기간: 2014.12~2018.11 / 준공: 2019 / 건축주: 학교법인 이화학당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