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하이비전 센터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디자인 김예진
자료제공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경기도 광주의 드넓은 산지에 둘러싸인 현대해상 하이비전센터는 기존에 있던 협소하고 노후한 연수원을 철거하고 교육 중심의 공간으로 신축한 건물이다. 자연이 펼쳐지는 사방을 따라 ㄷ자 형태를 취한 모습이 주변환경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건축가가 우선하여 내세운 계획 의도는 여느 기업 연수원이 보여주는 과장된 형태와 화려한 장식을 지양하고, 대지 주변의 숲을 건물 내부에 담는 것이었다고. 그러한 의도로 숲속에 완성된 ‘하나의 장소’ 안에서 연수생들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소속감을 고취한다. 건물이 자리한 환경과 땅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설계 단계에서 주요하게 다룬 또 다른 이슈로는 실제 건축 가능한 부지의 협소함을 극복하고, 시각적 답답함을 개선하며, 기존 식수인 메타세콰이어로 건물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들 또한 건물의 존재를 뽐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대지 경계와 맞닿은 자연을 한껏 담아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들이었다. 그렇게 건물은 ㄷ자형으로 배치되어 열린 조망을 확보한다. 그와 동시에 형성된 안마당에는 친환경 재료를 적용해 계획 의도를 적극적으로 이어 나갔다.
주출입구와 문서고가 있는 남측과 북측 산자락 사이의 대지 높이 차는 약 15m 정도. 이 정도 급경사는 건물 계획 시 제약 요소가 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소 좁은 면적 위에 연수원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을 분산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식당, 대강당, 강의실, 숙소를 비롯해 크고 작은 시설들은 다양한 레벨로 나뉘어 건물 사이의 마당과 짜임새 있게 연결된다. 그 덕분에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마당에 면한 공용공간의 채광과 환기가 원활해졌다. 특히 ㄷ자형 숙소동은 교육동 상부에 자리 잡아 주변을 마음껏 조망할뿐더러 숙소동 하부에 있는 대형 필로티로 바람길이 형성되어 습한 산곡풍이 안마당에 정체되지 않도록 해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지하 2층과 지상 1층에 자리한 교육동 상부는 옥상 녹화로 숲과 직접적 관계를 맺도록 했다. 교육동은 안쪽 건물이 놓인 지면과 면하기도 하는데, 그 입면을 진회색의 화강석으로 마감해 지면과 만나는 포디움의 단단함과 안정감이 묻어나도록 했다. 숙소동에는 미색의 테라코타와 유글래스(U-glass)를 적용하여 가벼우면서 리듬감 있는 느낌을 유도했다. 수평의 선을 강조하는 디테일 역시 과장된 건축 어휘로 치장하기보다는 연수원의 정연한 볼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제일 아래 문서고에서 본 건물로 이어지는 진입로의 메타세콰이어는 옛 건물이 자리하던 당시부터 서 있던 식수다. 당초 모두 베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기업 측 의사에 따라 온전히 살리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곳곳의 다른 식재와 분수 또한 그것들이 있던 자리 그대로 보존되었다. 주변환경을 받아들여 건물을 조형한 방식과 똑같이 옛 건물이 있던 장소의 시간을 존중한 것이다. 사라질 뻔한 흔적들의 지난 시간은 그대로 연장되어 지금의 건물과 시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작품명: 현대해상 하이비전 센터 / 위치: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마도로 112-51 / 설계: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건축주: 주.현대해상화재보험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18,108.00m² / 건축면적: 7,058.64m² / 연면적: 25,399.68m² / 건폐율: 38.98% / 용적률: 74.23% / 규모: 지상 4층, 지하 2층 / 높이: 28m / 주차: 171대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THK30화강석물갈기, THK24로이복층유리, THK20테라코타패널, THK3알루미늄시트 / 설계기간: 2013.12 ~ 2014.11 / 시공기간: 2014.04 ~ 2016.06 / 사진: 건축가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