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사진작가 이완 반의 개인전 ‘이완 반: 프라하 일기‘가 프라하 건축도시계획센터(CAMP, Center for Architecture and Metropolitan Planning)에서 8월 31일까지 열린다.
이완 반은 렘 쿨하스, 헤어초크 앤 드 뫼롱, 자하 하디드, 이토 도요, 사나, 모포시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사진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사진은 건물에 대한 기록물이자 주변 맥락과 공간의 서사가 담긴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그 의도대로 기록하고 보도함에 더하여, 건축물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그 주변 환경까지도 함께 포착하는 신선한 관점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건물 그 자체뿐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도시에 위치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루 살피며 구축한 이완 반만의 내러티브는, 그의 사진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순수한 영감을 선사하곤 한다.
2022년 여름, 이완 반은 생애 처음으로 프라하를 방문했다. 7일 동안 카메라를 들고 걸으며,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헬리콥터에 올라 프라하 중심부와 주변부, 블타바 강변의 풍경을 촬영했다. 관광 가이드북에 나올 법한 화려한 사진과는 좀 거리가 먼, 여기저기 방치된 도시의 날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강가의 건물, 산업 구조물, 교통수단, 섬으로 조성된 육지, 자연, 분주한듯 조용한 현지인의 생활이 많이 담겼다. 강 유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프라하의 도시 풍경을 관찰한 것이다.
전시는 ‘도시와의 첫 만남’, ‘중심부’, ‘주변부’, ‘자연 경관’, 네 가지 테마로 구성해 ‘가상의 도시 순례’라는 설정을 가정한다. 전시장 벽면을 따라 촬영 사진이 이어지고, 대형 프로젝션으로는 항공 사진을 공개해, 도시와 강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나는 각도로 프라하를 바라보게 한다. 전시된 사진들은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본이다. 이완 반이 직접 들려주는 오디오 해설에서는 그만의 창작 방법이 담긴 작업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도시를 직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완 반의 관찰 방식은 도시 공간을 채우는 것은 잘 보이도록 다듬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이 아닌 그 안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삶의 흔적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또 그 사이에는 어김없이 사람과 자연과 여유로움이 자리함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