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높다란 원기둥 위에 직선의 지붕이 간결한 형태로 앉아 있다. 직선들 사이가 개구부로 열려 있어 가볍게 날개치는 듯 보이기도 혹은 부유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미술관 자체는 소규모지만 활짝 펼쳐진 지붕 덕분에 볼륨이 극대화되고 있다. 또한 지붕의 단순한 조형성으로 인해 주변의 복잡한 건축물과 차별화되며 인지성과 랜드마크적 상징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문자의 해체와 더불어 그것의 조합, 그리고 반복되는 평면적 전개는 글자의 획들이 드로잉적인 요소에서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단순한 상징을 시도하고 있다. 이 상징의 의식 세계는 전통으로부터의 발견임은 물론이며, 고암이라는 ‘조형적 구조structure’를 통하여 새롭게 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_<고암 이응노, 삶과예술> 중에서 ‘서예적 추상’ 이라는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화가, 고암(1904-1989) 이응노 선생을 기념하는 이응노미술관이다. 드로잉적 요소에서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한 ‘문자추상’ 시기의 작품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하여 그를 상징화하고 있다. 특히, 작품 속에 내재된 ‘조형적 구조’를 건축 공간으로 치환함으로써 고암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다.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현대 건축이지만,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고자 차용된 이미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볼륨 있는 입면을 형성하고 있는 지붕과 담장도 그러하고, 처마와 서까래의 이미지가 단순한 직선들로 처리된 캐노피 겸 지붕의 이미지도 그러하다. 이 또한 한국성과 전통성을 강조한 고암 선생의 예술 세계가 건축적으로 표현된 요소들이다.
내부는 1층 전시 영역과 2층 관리 영역으로 구분된다. 전시 영역 경우, 이동식 전시 벽체가 사용되고 있어 다양한 전시 기획은 물론 여러 형태의 행사도 쉽게 수용되는 가변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시 공간은 전통 건축 공간들인 담과 마당의 개념이 재해석된 공간과 연계되어 다양한 외부 공간을 형성하며 확장되기도 한다. 내부 및 외부 공간의 다양한 연계는 산책의 개념을 갖춘 전시 관람을 제안하며 재미와 흥미를 유도한다.
계룡건설산업㈜ 및 정림건축과 프랑스 건축가 로항보두엥의 컨소시움 작품으로, 엑스포 과학 공원과 행정 시설 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둔산공원 내 대규모 복합 문화 예술 단지에 속하는 곳이자,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에 이어지는 일자형의 문화 벨트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러한 대지의 특성을 반영하여 공원 내 기존 문화 시설인 대전시립미술관과의 조화를 의식하고 있으며, 대지를 감싸고 있는 생태 수목원 및 녹지 공간과 공간 및 시각적으로 흐름을 이어가도록 신경쓰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주변으로 펼쳐진 녹지의 풍경을 놓치지 않고 내부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어 공원 부지라는 장소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작품명: 이응노미술관 / 위치: 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 396번지 (둔산공원 내) / 설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건축주: 대전광역시 / 용도: 문화집회시설(전시장) / 대지면적:648,715.6m² / 건축면적: 1,139.87m² / 건폐율: 0.18% / 용적률: 0.20% /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 높이: 8.15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백색노출콘크리트, THK24투명복층유리 / 설계연도: 2005년 / 시공연도: 2007년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