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아 풀빌라
Marea Pool Villa
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 | Rieuldorang Architect Office
갈라진 틈을 타고 투명한 속살이 잠깐 비칠 뿐이다. 한 방향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연회색 콘크리트 벽면이 천막을 두르듯 지붕, 벽 등을 에워싸고 있다. 벽은 담장으로 계속 확장되어 안마당까지도 외부시선에 대해 완전히 닫혀 있다. ‘갇혀 있는 것에 관한 자유로움’. 집은 이 상충되는 두 개념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놀이’와 ‘쉼’을 제안하고 있다.
집은 두 채로 나뉘어져 있다. ㄴ형, ㄱ형의 두 매스가 서로 아귀를 맞추듯 마주보고 앉아 있고, 그 사이의 틈은 길로 나 있다. 두 매스를 나누기도 잇기도 하는 여백의 공간이다. 두 개의 매스가 분명하지만 사이의 길을 향해 두 매스 모두 투명하게 열려 있다. 집안 어느 지점에 있든지 수영장, 마당, 건너편의 집안까지 시선이 열리고 확장된다. 특히, 수영장은 유리 상자와 같아서 대낮의 자연광을 한껏 누리면서도 바깥바람은 차단하고 있다. 마치 외부공간인 양 안마당과 눈을 맞추며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안마당에서도 수영장이 훤히 들여다보여 시각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여기게 된다.
집이 둘로 나누어진 것은 높은 객실단가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고객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기도 하다. 두 가족이 함께 숙박하더라도 프라이버시가 지켜져 불편하지 않도록 별도의 침실과 욕실이 거리를 두고 계획되어 있어서 비용으로 인한 부담스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마당은 두 집을 가르는 길 끝에 펼쳐져 있다. 관상용 정원과 놀이터의 경계가 따로 없는 지극히 단순한 모습이다. 한 그루의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마당 중간에 나지막한 구릉과 그 한가운데 모래밭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단순히 평평하게 펼쳐진 잔디마당은 놀이보다는 풍경의 장소로서의 의미가 더 클 텐데, 어린 자녀들이 구릉과 모래밭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 안마당 혹은 집 앞 공터가 되길 바란 것 같다.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자녀들에게는 거주 공간 내에서의 놀이에 관해 결핍이 있게 마련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청각, 흙을 만지작거릴 때의 촉각, 구릉진 흙바닥과 잔디를 마음껏 쿵쾅거리며 밟고 오르내리는 경험, 미풍에 실려 오는 바깥 공기의 이런저런 냄새, 이 자유로운 놀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단출해 보이지만 마당은 이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넉넉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수영장보다 구릉진 마당에서 퇴실시간을 꽉 채울 때까지 논다. 그저 흙과 구릉만 있으면 아이들은 어떤 놀이도 스스로 만들어 놀 수 있다는 것을 숙박객들의 후기가 전하기도 한다.
작품명: 마레아 풀빌라 / 위치: 경주시 마동 692-1 / 설계: 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 / 용도: 단독주택 / 지역지구: 생산녹지지역 / 대지면적: 655m² / 건축면적: 120.1m² / 연면적: 118.91m² / 건폐율: 18.33% / 용적률: 18.15% / 규모: 지상 1층 / 높이: 4.2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완공년도: 2020년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