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곡리주택
외부의 빛과 그림자가 내부의 그늘과 이어지며 또 하나의 새로운 경계가 형성된다. 안팎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빛과 바람과 자연의 소리로 경계는 자연스럽게 해제release가 된다. 거실을 중심으로 배치된 세 개의 중정과 거실 전면으로 길게 나 있는 복도에 바로 그 해제된 경계의 영역이 자리한다. 이로써 중정-거실-복도는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된다. 영역과 영역의 연결이 공간을 확장시키며 외부로까지 넓게 펼쳐지는 느낌으로 먼 산의 풍경에까지 다가가, 그 풍경을 끌어당기며 안마당으로, 다시 거실 안으로 들이고 있다.
산자락 아래로 전개되어 흐르는 경사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경사지를 계단식으로 밀집시켜 만든 주택개발지역과 이 마을이 만나는 경계에 자리한다. 대지는 단 차이를 두고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남겨진 두 필지가 합필된 것으로, 집은 그 너른 땅을 딛고 앉아 있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주택은 아니다. 여행 온 듯한 기분으로 쉼표를 찍어 보는 곳이다. 산으로의 조망, 하루 종일 거실을 누비는 햇빛, 맨발로 거닐 수 있는 안마당과 정원, 도시인들의 로망인 텃밭 등 도심의 아파트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삶을 건네는 주말용 전원주택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주거공간의 효율성과 기능적인 시스템보다는 좀더 긴 호흡으로 집을 거닐며 어디든 걸터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애쓴다. 풍경을 소담하게 담아내고, 인접한 주택의 채광과 조망을 해치지 않으며 조우하는 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일종의 경계로 적용된 크고 작은 중정들로 인해 공간은 켜켜이 중첩되어 있다. 그 모습이 내외부가 연결되는 동시에 전환이 이루어지는 형식으로 다가온다. 이곳에서 설정된 경계의 개념은 단순하게 영역을 구분 짓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공간에 유동성을 부여해 건물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는 역할도 한다. 그 경계의 지점에서 공간은 깊이감을 지니게 된다. 깊이는 치수 같은 물리적 개념이 아닌 공간의 질을 의미하며 감각을 풍요롭게 자극하고 일깨운다. 복도 앞쪽으로는 3개의 작은 실과 외부공간이 교차되어 있고, 뒷쪽으로는 거실을 중심으로 두개의 중정이 자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교차로 배치된 공간들은 시각적으로 깊이감을 더해주고 강렬한 직사광선을 흐트러뜨리며 희석시켜 준다. 산란된 빛들은 각각의 내부 공간들에 다시 부딪치며 다양한 농담gradation을 가진 빛들로 변화된다. 이 변화된 빛들이 사계절의 풍경을 화폭처럼 담아내는 집안을 은은하게 물들이며 감성을 건드린다.
각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는 상징적인 영역이다. 여느 복도처럼 뒤쪽 어두운 곳에 방치된 연결점이 아니라, 남향인 거실의 전면에 먼저 배치되고 그 뒤편으로 거실, 주방, 침실 등의 주요 실들이 이어져 있다. 주요 공간들을 향한 여정의 한가운데에 복도가 있음을 의미한다. 굽이치는 도로를 달려와 콘크리트 벽을 돌고 현관문을 지나 각각의 실들로 들어가기까지, 꽤 긴 여정의 흐름이 복도를 통해 내부로 연장되어 흐르는 것이다.
작품명: 모곡리주택 / 위치: 경상남도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 설계: 이소우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김현수, 안영주, 김혜진, 이주은 / 시공: 권병국 / 건축주: 김대경, 박혜정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1,228.6㎡ / 건축면적: 249.43㎡ / 건폐율: 20.3%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와이드벽돌치장쌓기, 콘크리트 정깨기 마감 / 내부마감: 원목마루, 친환경 페인트 / 설계기간: 2019.10~2020.4 / 시공기간: 2020.6~2021.2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