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테트리스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좁고 긴 골목길 끝에서 이어지는 시각적 흐름이 흥미롭다. 끝날 것 같은 즈음에 길은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모양의 도형들로 이어져 경쾌하게 위로 쌓여 올라가는 중이다. 골목길은 건물의 정면을 향해 흐르고, 건물은 그런 길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덕분이다. 바로 앞에 면하고 있는 7m 폭의 큰 도로는 물론 4m 폭의 좁은 골목길까지, 길을 대하는 건물의 태도는 정면성에 있다. 단정한 듯 익숙하지 않은 입체적 정면성이다. 길이 가진 기존의 활기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 넣으며 눈길을 끄는 이유다.
주변에는 다양한 상업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그들 안에 동참하는 동시에 사옥 건물로서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건물이 선택한 주제는 ‘용적률 게임’이다. 8년 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한국관의 주제다. 서울시 지역·지구의 법적 조건들과 ‘바닥 면적 = 임대 수익’을 공식 삼아 지어진 밀도 높은 건축물들의 현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모노 테트리스 역시 이 게임에 합류하고 있다.
‘용적률 게임’ 속 건물들처럼 최대 면적의 활용을 기대하는 것은 주변 건물들과 동일하다. 다만, 전 층을 단일 회사가 사용하는 사옥으로서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대응을 모색한다. 여느 건축물들이 일조사선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경사진 형태를 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제안한 것이다. 그 답을 건물의 정면에서 찾게 된다. 정면은 테트리스를 연상시킨다. 도형을 쌓아 입체감과 조형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조형미를 명쾌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외부에서 다양한 조형성이 이루어지는 동안, 내부에서는 층별 바닥 면적이 최대로 적층되고 있다. ‘게임의 룰’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최대 용적률을 향한 진심은 특히 지층에서 정점을 이룬다. 지층은 후면 인접 대지와는 3m 이상의 큰 높이 차이를 가지고, 7m 폭 전면 도로에는 3~4층 높이의 건축물들이 나란히 자리한다. 지층이라면 이러한 활기 넘치는 골목에 대응해야 하지만, 주어진 대지는 전면 폭이 좁은데다 안으로 깊은 형태다. 게다가 법적 주차대수 4대와 일조사선에 의해 결정된 수직 동선도 지층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층의 실내 공간은 매우 협소하고 대지 안쪽으로 밀려서 자리하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유일하게 공용 공간(혹은 임대 공간)으로 사용될 지하층 공간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하층 공간에 지층의 협소한 실내 공간을 덧붙여서 높이 5m의 입체적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다. 결과적으로, 좁은 전면 폭을 활용하여 지하층으로 진입하는 공간을 개방해 놓았다. 더불어, 후면 인접 대지가 가진 단차로 인해 지하층 후면부에 자리한 선큰은 단면적으로 확장된 공간감을 가진다.
주어진 장소는 궁동공원-성산로–경의선숲길로 이어지는 도시의 레이어들 사이에 끼어 있다. 흥미로운 도시의 단면을 가진 곳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장소성에 기존의 여느 건물들과 같이 최대치의 용적률을 채운 채, 기존의 여느 건물들과는 다른 외형을 구축하며 새로운 흐름을 삽입하고 있다는 것, 이 점에 주목한다.
작품명: 모노 테트리스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 설계: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29.8m² / 건축면적: 134.66m² / 연면적: 575.15m² / 건폐율: 58.59% / 용적률: 199.91% /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 최고높이: 18.7m / 주차대수: 4대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STO외단열마감, 벽돌마감 (듀라스택), 유로폼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위 수성페인트 마감 / 완공: 2023 / 사진: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