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문학은 모든 예술의 기초이며, 다른 분야의 결합을 통해 문화 산업의 산파 역할을 하는, 기본이자 뼈대와도 같은 예술 장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계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씁쓸함이 먼저 밀려온다.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은 고사하고 이를 깊이 있게 고민할 공간적 거점조차도 부재하던 실정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 문학계가 제자리에만 멈춰있었다는 건 아니다. 2001년 전국에 9개 뿐이었던 지역 문학관이 2018년에는 111개에 이르게 됐다는 점은, 보다 많은 이들이 한국 문학과 그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이야 말로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끌어내야 할 때가 아닐까.
망각의 우려가 있는 한국문학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국가 기관 ‘국립한국문학관’이 2024년,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건립된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진행된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그 밑그림도 마련됐다. ‘주.디엔비건축사사무소 + 이은석경희대학교 + 주.코마건축사사무소’ 팀의 ‘문학 빌리지’가 한국문학 유산의 구심점이 될 ‘국립한국문학관’의 청사진으로 채택됐다.
대상지는 과거 기자촌으로 불리던 진관동 일대 약 13,000m2로, 현재는 은평구 내의 여러 문화 관련 시설들이 모여 문화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또한, 대상지에서 1.5km 떨어진 곳에는 은평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으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주축으로 문학관, 미술관, 심지어 진관사와 삼천사 등의 천년 고찰까지, 풍성한 역사문화경관과 콘텐츠를 두루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상지는 북한산국립공원의 서쪽 자락과 은평뉴타운의 경계부에 자리하고 있어, 동쪽에는 북한산이 북서쪽에는 이말산이 위치한 풍요로운 자연환경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장소에 자리하는 만큼 주변 맥락에 대한 이해와 연계는 필수. 더불어 문학 분야 유일의 국가 거점시설이라는 위상을 반영하여, 혁신적인 건축 개념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형태와 공간을 제시하는 게 공모의 핵심 과제였다.
3월부터 시작된 공모에는 총 5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심사진(김용승한양대학교, 임호균연세대학교, 김규린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토마스 보니어Thomas Vonier, UIA 회장, 루이 베케르Louis Becker, Henning Larsen 대표, 이경훈국민대학교, 예비심사위원)은 총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5팀의 수상작와 8팀의 입선작을 선정했다. 평가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대상지 주변 맥락을 재대로 해석했는가’, ‘국립한국문확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했는가’, ‘문학관의 성격 규정에 따라 내부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는가’ 였다.
당선작은 ‘주.디엔비건축사사무소 + 이은석경희대학교 + 주.코마건축사사무소’ 팀의 작품으로 마을의 모습을 소재로 한 건물 외관과 문학 주제 공간, 작가 기념 공간, 수장공간, 교육·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된 내부를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안이다. 대지의 맥락을 논리적으로 파악하여 국립한국문학관이 지녀야 할 상징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잘 반영 했을 뿐 아니라, 대지의 특성과 주변 맥락을 충분히 분석하여 합리적으로 대응한 배치 계획이 돋보였으며, 각 기능이 독립적이지만 상호 연계되어 장기적으로도 공간 운영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문학관이 지녀야할 라키비움의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고 적용했다는 점에서 심사진에게 호평을 받았다.
2등으로는 ‘주.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 주.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팀이 선정됐는데, 내부공간 구성이 라키비움의 여러 성격 중 도서관의 성격과 가까워지면서, 국립한국문학관의 위상과는 다소 멀어진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리트머스 건축사사무소 + Franklin Azzi’ 팀의 3등작은 지하를 이용하는 과감한 계획을 보여준 창의적 작품이었으나, 증축 계획과 실현 가능성서 아쉬움을 남겼다.
당선팀은 올 하반기부터 설계를 시행하여,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사)한국건축가협회
당선작
주.디엔비건축사사무소 + 이은석경희대학교 + 주.코마건축사사무소
2등
주.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 주.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3등
리트머스 건축사사무소 + Franklin Azzi
4등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허서구건축사사무소
4등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입선
주.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Nicolas Moreau(Moreau Kusunoki)
입선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 + 김수란(OURSTUDIO) + 원경호(1+A Architects)
입선
여느건축디자인 건축사사무소 + OLI Architecture, PLLC
입선
사이종합건축사사무소 + 김진화
입선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입선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 김선용
입선
주.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STL architects
입선
에이블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 정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