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 중 하나인 영등포 쪽방촌이 반세기 만에 새로운 주거 단지로 탈바꿈한다.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블록 별로 진행한 설계공모 결과가 순차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2020년 수립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마침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등포 쪽방촌은 1970년대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래,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이 대거 몰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불량지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오랫동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해 온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도심 기능의 회복을 목표로 삼고, 쪽방촌 일대 1만m2를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상지가 넓은 만큼 공공주택지구는 S-1, A-1, M-1, 총 3개 블록으로 나누어 개발되는데, SH공사, LH공사, 영등포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여, 통합임대주택 461호, 공공분양 182호, 민간분양 139호, 총 782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쪽방촌의 기존 주민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선이주, 후재정착’ 방식을 채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가도로 하부에 96실 규모의 임시 이주 단지를 먼저 건설해 A-1블록과 M-1블록 주민들을 우선 이주시킨 후, A-1블록 주택이 완공되면 S-1블록 내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이러한 순환 이주를 통해 기존 주민들이 강제 이주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1블록에는 총 461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조성되며, S-1블록에는 용적률 최대 800%가 적용되어 총 273가구의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근린상업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A-1블록 개발을 맡은 LH공사와 S-1블록 개발을 맡은 SH공사는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설계공모를 개최했으며, 지난 7월과 8월 각각 당선작을 선정 및 공개했다.
A-1블록
당선작: 주.거림이앤씨건축사사무소 + 주.세원기술단 + 주.명성하나엔지니어링
당선사 주.거림이앤씨건축사사무소는 도시와 지역사회, 원주민과 신규 거주민이 모두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버티컬 빌리지’를 제안했다. 주민 간의 소통을 돕는 다채로운 가로와, 입체적 녹지 및 옥외공간을 활용한 ‘그린-랜드마크’로 도심의 부족한 녹지를 보완하고, 살고 싶은 주거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여, 쪽방촌 주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안에 대해, 심사진은 중심 코어 배치로 동선의 효율성을 높인 점과 다양한 입면 디자인으로 가로경관의 단조로움을 해소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저층부 커뮤니티 시설과 상업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하여,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S-1블록
당선작: 주.엠에이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주.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나라기술단
당선사 주.엠에이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는 도시와 단지,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한 3단계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첫번째 단계는 ‘도시와 단지 사이의 비움의 스퀘어’로, 광장과 길을 통해 도시 내 프로그램과 단지를 연결하고, 사이공간을 형성하여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두 번째 단계인 ‘주거와 비주거 사이의 연결의 스퀘어’에서는 입주민과 일반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정원과 테라스를 배치하여,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한다. 마지막 단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환의 스퀘어’로, 임대와 분양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순환 공간을 계획하여 프라이빗 영역과 공동 커뮤니티의 연계를 제안했다.
심사진은 해당 안이 A, M블록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균형 잡힌 매스 계획과 저층부 상업 및 업무공간의 보행 접근성을 적절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거동 매스의 차별적인 형태로 스카이라인을 구성한 점과 저층부 상업 및 업무 공간의 보행 접근성과 공간 제안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