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벗 베럴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더숲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1-slow-but-better.jpg)
흩어져 있는 삼각구조물들이 공간을 주도하며 눈길을 끈다. 비어 있는 공간을 가득 채우려는 것도 같고, 흔치 않는 사선의 길을 내며 고유의 영역을 만들어 보려는 것도 같다. 작은 조각 공원을 찾은 듯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닮은 듯 다른 시리즈의 그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고 싶은 것인지 몹시 궁금증이 인다.
대구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팔공산이 멀리 바라보이는 카페로, 오래도록 ‘숯가마 사우나’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경우다. 공간의 가장자리에 자리하던 황토 가마 형태의 사우나들을 모두 철거하면서 세월감이 진하게 묻어나는 철골조와 나이 많은 수목들만 남겨 두고 있다. 휑하니 비워진 공간 안으로 주변의 불필요한 시각적 요소들이 침범할 법도 한데, 벽을 세워 널찍한 공간을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높낮이가 다른 삼각구조물들로 이루어진 정원과 체커보드 문양의 테라스 정원이 그것이다.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2-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3-slow-but-better-FL-k.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4-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5-slow-but-better.jpg)
그러고 보니 삼각구조물들은 이젠 사라지고 없는 기존 전통 가마들을 기리는 일종의 의식 또는 기념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땅에서 뾰족하게 자라난 듯한 그 모양은, 또한 카페에서 올려다보이는 팔공산을 의식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외부에서는 초록의 잔디로 마감하고, 내부에서는 거울로 마감한 삼각구조물들은 팔공산을 중심으로 이어져 흐르는 첩첩산중의 산세를 표현한다. 카페 이름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느리지만, 더 나은’ 일상의 개념을 지향하며 대자연의 느긋함과 유유자적함을 옮겨 놓고 있다. 밤이 되면 인공의 산들은 오직 선으로만 이루어진 환하게 빛나는 산맥으로 떠오르는 듯하다. 각 구조물의 모서리에 라인조명을 삽입해서다. 어둠을 밝히는 모습이 낮과는 또 다른 비일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6-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7-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8-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09-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10-slow-but-better.jpg)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11-slow-but-better.jpg)
각 삼각구조물마다 긴 테이블이 관통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테이블 상판은 일종의 수조가 되어 물을 담고 있다. 산골짜기를 흐르는 계곡물을 형상화한 것으로, 수면 위로 하늘빛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잔잔하게 흔들린다.
철골조와 지붕만 남아 있는 기존 공간 내부에서는 삼각구조물이 잔디가 아닌 거울로 마감되어 있다. 거울에서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나 철골조와 거울이라는 소재가 어우러지는 형상이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감성을 연출한다.
삼각구조물 정원과 구분되어 있는 체커보드 테라스 정원에서는 잔디와 타일이 교차되는 바닥 패턴을 제안한다. 양끝 벽에는 은경 대신 브론즈경을 설치해 놓고 있어서 덕분에 공간이 무한 확장되는 효과를 선보이고, 한 톤 낮춘 실루엣을 반사시키며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https://www.c3ka.com/wp-content/uploads/2024/05/12-slow-but-better.jpg)
작품명: 슬로우 벗 베럴 / 위치: 대구 동구 신평로 113 / 설계: 더숲 / 설계팀: 이주호(대표), 정용현(디자인팀), 김여진(디자인팀), 이조윤(빌드팀), 김선창(빌드팀) / 용도: 카페 / 연면적: 891.30m² / 완공: 2022 / 사진: 홍윤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