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하우스
서핑하면 떠오르는 강원도 양양. 그중에서도 ‘죽도’ 섬 앞에 자리한 해변은 그야말로 서핑의 메인 성지로 꼽힌다. 2km의 백사장과 울창한 숲, 각양각색의 서핑 숍, 카페, 펍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죽도해변 인근에 세컨드하우스 겸 게스트하우스 ‘서프 하우스’가 자리한다.
주어진 대지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유일하게 열린 동쪽마저도 도로에 가려 바다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또한 자연녹지지역에 속해 건폐율은 20%에 불과했다. 경치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건축 행위에 제약도 컸지만, 땅이 넓고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이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산과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해법은 ‘마당‘이었다. 건물을 지을 수 없는 80%의 땅에, 세 개의 마당을 계획한 것. 진입 마당을 지나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중정이 나타나고, 중정과 연결된 주방을 건너가면 안뜰에 다다르게 된다. 이러한 배치로 인해 외부와의 접점이 늘어나고, 건물 안에서도 건물 밖의 자연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건물은 총 2개 층으로, 1층은 주방과 손님방, 2층은 부부 전용실로 쓰인다. 매일 머무는 공간이 아니기에 방은 최소한의 기능만 충족하도록 계획했다.
그런가 하면 주방은 실외에 별채처럼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효율성만을 중시한 도시에서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집인 만큼 방과 주방이 붙어 있지 않아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방은 세컨드하우스의 비일상성을 반영한 모험적 장치이자, 자연과 만나는 길, 타인과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한다.
염분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마감재로는 내구성이 좋고 유지관리도 편리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또한, 콘크리트 표면에는 빼곡한 나무줄기나 파도를 연상케 하는 선형 패턴을 입혀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가늘고 긴 선들로 채워진 울퉁불퉁한 입면은 비와 바람 같은 자연의 흔적을 담아내며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변해갈 것이다. 또한,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에 따라 입면에 맺히는 그림자도 달라지며, 건물의 표정은 더욱 풍성해진다.
작품명: 서프 하우스 / 위치: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현남면 두리 1-12 / 설계: 드로잉웍스 / 설계팀: 김영배 / 시공: 태경건축(송준활) / 구조설계: 인터이앤씨 / 전기, 기계설계: 주성이앤씨 / 건축주: 박병준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432m² / 건축면적: 77.63m² / 연면적: 99.16m² / 건폐율: 17.97% / 용적률: 22.95%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수퍼화인 페인트, 포세린 타일 / 설계기간: 2020.4~2020.8 / 시공기간: 2020.9~2021.7 / 완공: 2021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