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제2본점
거대한 입방체 하나가 도시 한복판에 부유하는 섬처럼 눈길을 끈다. 반투명의 화이트 혹은 실버 톤을 하고 있어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다. 떠 있는 상자 안에는 업무 공간이 배치되어 문화 공간과는 분리되어 있으나, 내부의 보이드 공간을 통해 물리적 소통과 교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본부, 본점으로서의 장소는 업무 공간이라는 기능적 요구와 더불어 기업의 가치, 철학, 역사, 비전 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한 업무 공간 확충 이외에도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중심 공간이 되고 지역 사회에 대해 공헌과 상생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은 그러해서다. 소통과 상생이라는 철학은 기업의 역사와 비전을 대변한다. 동시에 대지가 요구하는 도시 공간의 재생을 위한 근본 가치다. 이러한 도시적 요구와 기업 철학의 접점을 이 프로젝트를 매개로 찾고 있다.
주어진 대지는 공공, 문화, 경제, 주거의 중심에 있으며, 모든 방향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주변 보행로와 접하고 있다. 네 갈래로 뻗어 있는 모든 방향의 보행로가 대지 안으로 연장되는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공간 질서를 구축한다. 기타의 여러 건축적 장치들에서도 이러한 질서가 발견된다. 길과 매스 사이에 자리하는 마당, 담, 선큰, 데크, 수 공간 등이 설치되어 내외부 공간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입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총 네 채의 매스로 나뉘어 있으나 그저 분리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분절을 통한 각 문화 기능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한편, 포디움이 프로그램 단위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쳐 관계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주어진 물리적 조건을 적극 활용하거나 상황에 맞게 유도하여 공공과 민간, 지역 사회와 기업, 도시와 건축의 접점이 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매스 형태, 공간 조직, 내외부 관계 설정 등 이러한 소통과 교류의 가치가 지역 사회를 향한 큰 개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팀과 개인 간의 내부적 소통을 위한 오피스 조닝과 워크스테이션 배치 등 작은 개념으로도 소통과 교류의 가치를 공간에 담아 내는 데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계획 대지를 포함한 인근 지역은 과거 제일모직과 대한방직이 위치하던 곳이다. 섬유 산업을 중심으로 대구 지역의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온 기억의 장소로, 이후 산업 구조가 바뀌며 대지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최근 들어 제일모직 부지에는 창조 경제 혁신 단지가 들어섰고, 대구은행 제2본점은 문화 복합 금융 사옥의 개념으로 대한방직 부지에 세워졌다. 경제와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 공간으로의 재생을 시도한 것이다. 과거의 기억 위에 현재의 도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대지를 관통하는 장소성과 산업의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도시 공간과 관계 맺는 것, 이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발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대구은행 제2본점 / 위치: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2가 2-4번지 / 설계: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건축주: (주)주식회사대구은행 / 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9,638,90m² / 건축면적: 3,637.12m² / 연면적: 37,055.34m² / 건폐율: 37.73% / 용적률: 167.24% / 규모: 지상10층, 지하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THK36 익스펜디드메탈 삽입 투명로이삼중유리, THK30 앙골라블랙,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12.7~2013.10 / 시공기간: 2013.12~2016.4 / 완공: 2016 / 사진: 윤준환 (드론사진: 심기섭_심플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