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12-19
토탈 아트
모두가 건축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부는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축 담론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건축의 본질적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관련된 역사적 글과 기고문을 모은 단행본 ‘아키라우터’를 펴내고 있다. 그 두 번째 출간물인 아키라우터 2호, <토탈 아트>가 출간됐다.
토탈 아트의 건축은 …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더할 수도, 뺄 수도, 흔들 수도 없을 정도로 하나의 작품 속에 모든 요소들이 합리적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 상태 … 토탈 아트를 추구했던 건축가들은 관례적으로 다루었던 건축 요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등이나 문고리, 식탁이나 의자, 그릇이나 수저, 의복과 실내화 등에 이르기까지 공간 내부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들을 건축적으로 통제하는 형태 영역 속으로 끌어들였다. … 이러한 측면에서, 건축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과연 이것이 건축일까 의심이 드는 모든 것들이, 건축가의 작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즉, 모두가 건축이다.
책은 ‘토탈 아트’로서 건축의 개념과 발전 과정, 사례,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첫 번째 장 ‘통시적 조망’에서는 오브제 디자인과 건축의 관계를 다룬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론적 문헌으로서 근대 건축사학자 페브스너의 “모리스부터 그로피우스까지의 미술 이론”(1936), 마크 위글리의 “토탈 디자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1998), 베아트리츠 콜로미나의 “이름, 의자 그리고 주택”(2001), 총 세 개의 글을 소개한다.
한편, 토탈 아트의 건축 내부는 이상적 삶을 표현하기 위해 연출된 연극 무대에 비교될 수 있다. 그 속에 배열된 ‘미장센 오브제’들의 인위적 풍경은 거주자의 흔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삼차원적 이미지이며, 심지어 거주자조차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장 ‘미장센 오브제’에서는 극 연출의 관점에 비추어 토탈 아트를 바라볼 필요성에 따라, 비트루비우스의 ‘그리스 극장’ 무대 설명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논문 ‘예술작품의 미래'(1849), 1920년대 바우하우스 극 이론에 대한 그로피우스의 서론(1924)을 만나볼 수 있다.
바그너가 지향했던 “다른 행위 예술들이 통합되고 각자가 전체에 종속된 이상적 예술작품”의 순결성은, 근대 초기의 건축에서도 추구된다. 일상 공간의 내부를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디자인 오브제’들이 반드시 요구되었던 것.
세 번째 장에서는 ‘디자인 오브제’라는 주제로, 건물뿐 아니라 스푼부터 도시까지 모두 아우르고자 했던 토탈 아트의 면면을 살펴본다. 예술 수공예 운동의 윌리엄 모리스, 아르 누보의 앙리 반 드 벨드, 독일공작연맹의 헤르만 무테지우스, 유기적 건축을 주장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바우하우스의 그로피우스와 루드비히 미스 반 데 로에, 데 스타일의 슈뢰더 주택, 그리고 알바 알토와 버크민스터 풀러까지,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하나의 건축적 이상 아래 모든 요소들이 창조되었고, 이 모두가 하나의 구성 속에 통합되어 고유한 일체성의 건축 작품을 창조하고자 했던 토탈 아트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반면 다음 장 ‘레디-메이드 오브제’에서는 토탈 아트에 격렬히 반대했던 근대 건축가들의 입장을 다룬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아돌프 로스와 르 코르뷔지에로, 이들은 장인이나 산업의 작업이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개입되고 변질되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그들은 소위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예찬했고 저마다 이질적일 수 있는 오브제들이 일상 공간을 점유하는 현상을 기꺼이 수용했다. 네 번째 장에는 이러한 입장을 가진 로스와 르 코르뷔지에의 여러 글과 더불어, 비슷한 관점을 지닌 현대적 분석들도 수록되어 있어, 토탈 아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토탈 아트와 연관될 수 있으나 앞선 네 개의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새로운 관점의 글들, 자유로운 형식의 흥미로운 기고 글들은 ‘바리아’ 섹션에 모았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 대한 종합적 해석부터, 장소적 수단에 의해 완결되는 ‘인지취재’의 건축, 한국 전통의 누정에 대한 설명, 건축과 기계의 상호 관계에 대한 조망, 자카르타의 침하 지반 및 물 부족 문제의 건축적 해결책을 제안한 한양대 건축학도 박하빈의 설계 논문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폭넓게 수록되어 있다.
건축의 본질적 주제를 다루는 이 책과 함께 건축적 사고와 담론을 확장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