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
모든 사람의 성격이 다르듯, 나무 또한 그 성격과 재질은 제각각이다. 때문에 나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나무의 마음을 읽고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어찌 보면 그 과정은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협력하여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나무를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두 명의 나무 전문가가 나무와 목조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 출간됐다.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는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목조건축물, 호류지 가람 수리 가문의 마지막 목수인 니시오카 츠네카즈와, 10여 년 동안 목재의 노화에 관해 연구해 온 목재공학자 고하라 지로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먼저 니시오카는 20세기 중엽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호류지 대수리, 나라 지역의 고대 목조건축의 수리와 복원 현장에서 몸소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호류지의 히노키가 1300년을 견딜 수 있는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결론은 보기 좋은 부분을 골라 사용하기보다는 나무의 성질을 알고 적재를 적소에 구분해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햇빛이 닿아 옹이가 많고 튼튼한 부분은 구조재로, 햇빛이 닿지 않아 옹이가 빠져버려 약한 나무는 마감재로 사용하는 등, 한 그루의 나무라도 나무가 자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나무를 사용할 때는 늘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고하라 지로는 목재공학자답게 실험실에서 히노키를 관찰하고 여러 가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목수 니시오카의 이야기와 짝을 맞추어 나간다. 히노키가 건축물에 사용된 다른 나무에 비해 오래도록 강도가 유지되는 이유를 과학적인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나무의 구조와 생장 과정,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 나이테의 이력, 가벼운 나무와 무거운 나무가 생기는 이유, 강도의 경년변화, 흡습성과 신축성, 노화의 메커니즘 등을 분석했는데, 이 분석은 나무에 관한 기본 지식은 물론 오랫동안 나무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철과 콘크리트가 등장하면서, 건축 재료로서 나무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풍화로 색이 변하고 부식된 것처럼 보이는 나무도 대패로 표면을 조금만 깎아내면 여전히 진한 향이 풍긴다. “산에서 2000년을 산 나무가 건물의 나무로 다시 2000년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을 통해, 그 소박하면서도 강인한 재료에 대한 매력을 다시금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