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인 써클
동네를 가로지르는 좁은 흙길을 따라 반듯하게 등지고 앉은 모습이다. 녹음이 우거지거나 단풍이 흐트러지는 계절에도, 빈 가지가 쌀쌀하게 느껴지는 계절에도 집은 단연 눈에 띄리라 짐작하게 된다. 입체적인 입면의 직방체라는 형태와 아주 옅은 회색의 콘크리트 외관은 마을이 만들어 내는 풍경 안에서는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해서다. 대신, 집 안에서는 모든 풍광이 친근하고 정겹다.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전원의 풍경이 덜어내고 오려낸 벽면의 틀 안으로 성큼 들어와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관계로 가까워져 있는 덕분이다.
대구시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하는 경상북도 청도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극적으로 압도되는 근사한 풍광이 기대되는 장소는 아니다. 자극적이고 번잡한 관광 콘텐츠가 있는 장소는 더더욱 아니다. 주변으로 복숭아나무 밭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이고 한적한 교외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는 것의 의미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바라는 여행 혹은 관광이 아니라, 지치고 분주한 일상에 대해 쉼과 위로와 회복을 갖는다는 개념일 것이다. 휴식을 위한 ‘또 하나의 집’으로서의 개념이 정갈한 선으로 정리된 공간마다에서, 그리고 공간의 규모와 높이에서 차분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외관, 내외부의 벽면, 바닥, 마당, 어느 영역에서든 장식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마당에 심겨진 아직은 어린 나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자연으로의 조망, 햇빛이 만들어내는 명암 등등이 살아 움직이는 장식 요소들이 되어 공간을 채우기도 비우기도 한다. 덕분에 하루 해가 들고 나는 시간마다 다른 그림자와 다른 바람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집안을 옮겨 다니는 걸음걸음마다 다른 풍경과 다른 빛깔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서적으로 감흥이 일긴 하겠지만, 대체로 자극이 되는 어떠한 것도 없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다. 그렇게 온전히 비워지는 경험이 이루어지는 집이다.
작품명: 워킹 인 서클 / 위치: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토평리 231-4번지 / 설계: 스마트건축사사무소 (김건철) / 시공: 직영공사(양구경) / 건축주: 양구경, 황지현 / 용도지역: 농림지역 / 주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546.00m² / 건축면적: 98.83m² / 연면적: 98.83m² / 건폐율: 18.10% / 용적률: 18.10%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규모: 지상 1층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