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은 건축가 겸 아프리카 미래 연구소 설립자 레슬리 로코가 총감독을 맡아,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본 기획 전시는 옛 조선소와 해군 시설단지가 자리한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펼쳐졌다. 그중 ‘위험한 연결’(Dangerous Liaison)부문에 열린 ‘감성적 유산’(Emotional Heritage)은 바르셀로나 스튜디오 플로레스 & 프라츠(Flores & Pratz)를 운영하는 건축가 리카르도 플로레스와 에바 프라츠의 전시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결과물을 선보여 온 이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316m로 길게 이어지는 적벽돌 공간 ‘코르데리’는 건축 모형과 도면, 스케치, 공사 현장 사진으로 채워졌다. 넓은 작업대, 각종 작업 도구들과 책상 조명으로 설정된 공간은 플로레스 & 프라츠의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풍경이었다. 각각의 자료들은 단편적인 작업물이지만, 관객은 건축물이 완성되는 서사를 따라 이들의 창작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