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 스레드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SO-IL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벨기에의 브뤼헤에서는 운하가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물길과 녹지가 어우러진 거리에는 플랑드르 예술의 풍취와 붉은 벽돌이 수놓은 고딕 건축물의 존재가 자리를 채운다. 오랜 역사의 흔적은 긴 세월을 지나 지금의 브뤼헤를 빛내고 있다. 문화 유산을 지켜 나가는 동시에 다가올 삶의 가치를 새로이 정의해야 하는 이곳에서, ‘가능성의 공간’을 주제로 브뤼헤 트리엔날레 행사가 열려 현대 미술과 건축 설치물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 도시에서 찾은 저마다의 가능성은 지금껏 알아채지 못한 도시 면면에서 새롭게 반짝이고 있다. 그중 뉴욕 기반의 건축사사무소 SO-IL의 ‘공통된 주제'(Common Thread)는 외부인이 드나들 수 없었던 19세기 카푸친 수도원 안뜰을 가로질러 주변 거리를 향한다. 이 통로 구조물은 직물을 엮어 만든 입체 공간이다. 브뤼헤의 중세 시대부터 여러 세대를 걸쳐 이어온 레이스 제작 기술을 소재로 현대식 편직기를 이용해 다양한 비율의 패턴을 그린 결과, 힘차게 오르내리는 파도의 궤적을 그린다. 브뤼헤의 상점에서는 아직도 이 레이스를 구할 수 있다.
개방되지 않았던 수도원의 안뜰은 울창한 자연이 차지했다면, 이젠 유유히 흐르는 물결 모양의 통로 구조물이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과거의 유산이 오늘날 브뤼헤의 거리와 역사적인 공간을 연결하고, 동네와 동네를 잇는 도시 통로를 형성한다. 둥근 터널 입구를 지나다 보면 회오리치듯 나선형으로 회전해 열리는 역동성, 직물 패턴의 변화가 만든 밀도 차이로 생긴 입체성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숨은 아지트였던 안뜰은 우연한 만남과 탐험으로 가득한 놀이터가 되었다.
‘공통된 주제’를 제작하는 데에는 델프트 공과대학 연구실과 엔지니어링 기술자들이 협업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재료 샘플, 가이드 형식, 구조 프레임워크를 평가했다. 최종으로 완성된 역동적 디자인은 탐색 과정을 토대로 재료를 표준화하고 굽힘, 움직임, 탄성, 유연성을 찾는 실험을 거쳐 확정되었다. 시대를 초월한 패턴 직조의 미학은 과거에서 확장된 현재의 자리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연결하는 기술과 발견의 교차점을 형성한다.
Project: Common Thread / Location: Bruges, Belgium / Architect: SO-IL / Project team: Jing Liu, Florian Idenburg, Fabian Puller / Collaborators: Membrane_Design & Production, Dr. Mariana Popescu, Anass Kariouh; Engineering_Diederik Veenendaal, Alessio Vigorito, Anand Shah; Assembly contributions_Nick Gereels, Valentin Lorenzen da Silva, Jade Verlinde, Jean-Pierre Gereels, Frieder Ringel, Robin Oval / Client: Bruges Triennial / Area: 1,300m² / Completion: 2024 / Photograph: ⓒIwan Baan (courtesy of the architect); ⓒFilip Dujardin (Triennial Bru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