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는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표상이다.
조선 시대 왕조정치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 태동지가 되었고, 이렇게 뿌려진 씨앗들은 월드컵부터 촛불집회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울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싹을 틔워, 마침내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알리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의도적으로 이 공간들을 훼손시켰는데, 그 상흔은 1990년대 문민정부가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을 수립하기 전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1993년 조선총독부의 철거를 시작으로 경복궁의 단계적 복원이 이뤄졌고, 2009년에는 광화문도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됐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지닌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세종대로의 차로를 16차선에서 10차선으로 축소하고 광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성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광화문광장은 개장과 동시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세종대로 중앙에 위치하여 보행자의 접근이 어렵고 역사성 회복도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조성 이후에도 편의시설의 부족, 주변 시설들과의 연결성 부족으로 ‘거대한 중앙분리대’, 혹은 ‘쉴 곳 없는 광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광화문광장을 보행중심의 열린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문화재청과 함께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 결과물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이 지난해 4월 발표됐다.
핵심은 ‘역사성’과 ‘연결성’이다. 개장 당시부터 역사성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와 율곡로를 우회시키고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던 월대를 복원하여, 이 일대의 역사성을 완전히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의 광장이 더는 거대한 중앙분리대로 남아있지 않도록,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하고 광장과 주변 도시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큰 크림이다.
6월부터는 150여 명의 집단지성 거버넌스인 ‘광화문시민위원회’와 시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관한 10가지 이슈와 과제를 도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마련하여 지난 10월, 기본계획(안) 구체화를 위한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