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
이중용 첫 번째 잡문집
‘건축’에서 파생된 단어는 꽤나 다양하다. 건축물, 건축가, 건축주, 건축법, 건축미 등등 어림잡아 헤아려도 수십 개는 거뜬히 넘는다. 이런 건축과 종종 짝을 이루는 영역이 있다. 건축 비평, 건축 잡지 등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영역이다.
흔히 건축을 기술과 미학의 교집합이라 한다. 그러한 건축을 주제로 쓰여진 글이라면, 인접한 다른 영역까지 다루게 되는게 오히려 당연하다.
건축에 관한 글을 다루는 에디터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건축과환경(현, C3)> 편집부 기자로 건축계에 발을 들여 <와이드AR> 2대 편집장을 역임한 건축 전문 에디터 이중용이 오랫동안 품어 왔던, 건축에 대한 고민을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스스로를 ‘건축편집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11개의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의 편린들을 정리한다. ‘탈피’, ‘피라미드’, ‘연체’, ‘왜곡’, ‘사례’, ‘이터링과 레미징’, ‘독사와 불독’, ‘질문과 답변’, ‘믿음과 알음’, ‘우리’, 그리고 ‘필문요화’다.
주제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저자의 단상들은 건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들을 배경 삼아 전개된다. 다양한 현상을 넘나드는가 하면 때로는 시간을 넘어 과거의 사례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잡문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저자의 글쓰기 노트를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넓은 사회적 관심사와 그것이 건축과 이어지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한 얘기도 함께 들려준다. 이는 다년간 건축 전문 에디터로 일했던 저자가, 건축가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건축에 대한 글쓰기를 했던 과정의 기록일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 텍스트는 본래 감성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긴장을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 힘을 이 책을 통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