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숲속도서관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오동숲속도서관은 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도심에 있지만 주변 산세가 가파른 오동공원 숲속에 둘러싸였다. 건축가가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면 이미 높은 산자락이라는 성북구 하월동의 월곡산에 공공 도서관의 존재로 자그마한 활력이 돌고 있다. 도서관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오가는 공원 초입에 자리한다. 도서관 바로 앞에는 맨발 걷기 운동장이 있어 공원을 찾는 이들이 스스럼없이 신발을 벗고 자유로이 걷는다.
드문드문 보이는 도시 풍경, 이따금 불어오는 산내음, 때가 되면 피고 지는 나뭇잎과 꽃가루, 발끝과 손끝을 스치는 연약한 존재, 이 모든 것은 감각을 자극하는 자연의 것들이다. 그 속에 놓인 오동숲속도서관은 산세를 따라 반복되는 박공 지붕을 이고, 나무 옹이가 드러난 기둥을 짚고 서 있다. 야트막한 단층의 목조 도서관은 공원 안에서 조용히 어우러진다. 조화로움, 어느 곳을 바라보고 등져야 할지 주변 건물과 도로와 얼마나 어떻게 떨어져야 할지. 형태를 결정 짓는 이러한 물리적 관계맺음이 모호한 자연에서 장소와 프로그램을 읽고 해법을 제시한 건축가의 직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감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실제 중심부 층고가 더 높기도 하고 지붕 아래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창으로 햇볕이 한껏 들어오는 덕분이다. 내장재와 동일한 재료로 짠 고정식 책장은 구조를 담당한다. 입구에서 중심까지 달팽이 집 형태로 걸어 들어가는 동선 구성은, 그저 조형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공간의 스케일을 적절하게 고려한 구획 방식이다. 이러한 구획에 따라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앉아서 책을 읽고, 책을 찾아 이리저리 오가고, 혹은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은 필요한 자리에 고루 흩어진다.
건축가는 약 80평의 실내 공간을 나선형으로 흐르는 복도형 서가로 계획하고 3~4m의 복도를 형성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효율적 공간을 구현했다. 또한 열람실, 어린이 공간, 디지털학습실처럼 정형화한 프로그램 구분에서 탈피해 하나의 전체 공간을 두고 휴먼스케일을 고려한 세심함으로 숲속 작은 도서관의 개성과 힘을 만들었다. 성북구 주민의 공공 녹지로 자리해 온 월곡산 공원의 나무처럼 하나하나 심긴 나무 기둥과 일렁이는 지붕, 그 사이 새어드는 빛은 사람들의 움직임에 잔잔이 부서지며 도서관을 환히 밝힌다.
작품명: 오동숲속도서관 / 위치: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13가길 110-10 / 설계: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장윤규, 신창훈) / 설계팀: 김봉균, 한나례, 고영동, 이시영 / 시공: 주.원하건설 / 구조설계: 주.금나구조기술사사무소, 주.수피아건축 / 전기설계: 주.전기설계협인 / 기계설계: 주.건양엠이씨 / 건축주: 성북구청 / 용도: 공공도서관, 카페 / 대지면적: 997.5m² / 건축면적: 431.2m² / 연면적: 431.2m² / 건폐율: 43.22% / 용적률: 43.22% / 규모: 지상 1층 / 구조: 목구조 / 외부마감: 집성목, 징크 패널 거멀접기(지붕), 로이복층유리 / 내부마감: 목재 위 오일스테인, 강마루, 석재타일, 카펫타일 / 완공: 2023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