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 1957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일렁이는 날 선 파도가 연상되기도 하고, 병풍처럼 펼쳐진 산등선이 떠오르기도 한다. 길모퉁이를 정점으로 박공 형태의 지붕 선이 양쪽으로 연이어 밀려 나가며 시원스레 전개되는 모습이다. 접혀 있던 아코디언이 펼쳐지며 환한 속살을 드러내듯 그 지붕 선을 따라 벽체가 투명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프레임만 있을 뿐이다. 백색의 공간은 가로로 파고들고, 가로는 공간 안으로 스며들며 안팎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 보인다.
1957년 대구의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시작하여 3대를 이어 오고 있는 대구를 대표하는 추억과 역사의 빵집, ‘삼송1957’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대구 시민들의 휴식처로 통하는 수성유원지 및 수성못과 가까운 곳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 늘 북적이고 갖가지 공적 행사로 분주한 장소다. 하지만, 시야를 가리는 특별한 요소가 없는 광장 혹은 무대 같은 분위기의 중간에 주인공처럼 서 있다. 대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곳에 유유자적 흐르는 산자락을 자연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그제야 그 자연의 리듬이 삼각형과 사각형이 만나는 부정형의 대지 위에 이식되고 있음을 느낀다.
‘ㅅ’ 모양을 한 삼각형의 지붕은 남측과 동측에서 평행하게 시작해 45도 각도로 확장해 가면서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 낸다. 사실 단순하고 동일한 형태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조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분히 다중적이다. 나아가 역동적이며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두 개의 굴뚝 및 천창 등과 결합하면서 형이상적 변형을 이루고 있는 지붕도 그러하고, 처마 선을 따라 ‘ㅅ’ 형태로 들고 나며 대지를 점령하고 있는 투명한 벽체도 그러하다.
‘시옷’이라고 읽히는 한글의 자음 ‘ㅅ’은 삼송빵집의 로고다.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ㅅ’은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이어져 나가는 삼송빵집의 역사적 흐름을 은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한다.
빵집의 아이콘으로 과감히 드러나 있는 장치가 굴뚝이다. 주 출입구의 하늘을 향해 열린 첫 번째 굴뚝은 지붕 사이에 숨겨져 있는 옥상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다. 이 또한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좌우하는 ‘ㅅ’과 결합한 형태로 삼송이라는 브랜드의 역사와 동력을 더욱 강조한다. 주방 상부에 위치하는 두 번째 굴뚝은 주방 및 화덕의 환기를 위한 실질적인 설비 시설이다. 빵 굽는 향기를 뿜어내는 물리적 통로로 기능하는 동시에 상징적 요소가 된다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짙은 회색의 징크 지붕 안은 순백색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천장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듯이 내부 공간은 무한대인 것처럼 높다랗게 열려 있다. 높고 널찍한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서사들과 길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서로를 적극적으로 맞바꾼다. 투명한 유리벽이 낮에는 길을 공간 안으로 투영해 들이고, 밤에는 조명을 발하며 길을 향해 백색의 여운을 팽창시키는 덕분이다. 분명 단일 건물이지만, 거의 한 블록을 차지하며 길과 연속되어 밀도 있게 자리하는 하나의 작은 마을처럼 보이는 이유다.
작품명: 삼송 1957 / 위치: 대구 수성구 수성못2길 26 / 설계: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장윤규, 신창훈) / 설계팀: 정명길, 양원준, 정진오, 고영동, 송재호 / 구조설계: 주.하모니구조엔지니어링 / 전기설계: 주.전기설계협인 / 기계설계: 주.건양엠이씨 / 시공: 주.선우종합건설, 주.유진종합건설 / 건축주: 주.삼송비엔씨 / 용도: 카페, 빵집, 비스트로 / 대지면적: 2,930m² / 건축면적: 869.29m² / 연면적: 930.62m² / 건폐율: 29.67% / 용적률: 31.76% / 규모: 지상 3층 / 완공: 2021 / 사진: 세르지오 피로네,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