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학교 초등학교 도서관 리노베이션
존홍 | P:A
비단 ‘책벌레’들만의 고리타분한 영역으로 한계지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책 속 상상의 그림들이 현실로 펼쳐져 있어서다. 집처럼 아늑해 보이는 1인용 소파에 엎드려 봐도 좋겠고, 나지막한 성 안을 아지트 삼아 봐도 좋겠다. 공중에 떠 있듯 그물형 해먹 위에서 끄덕거리며 읽는 책도 재밌겠으며, 게임 속 블록 같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더불어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볼 수도 있겠다. 놀이동산의 미니어처 같은 모습도 흥미진진하지만, 모든 구성들이 아이들의 체격에 합당한 규격을 하고 있기에 동심을 더욱 사로잡는다.
새로워진 서울외국인초등학교 도서관 풍경이다. 주어진 바닥 판의 외곽선은 북측의 원형과 남측의 사각형이 특이하게 결합된 귓불 같은 형태인데, 이 독특함을 첫 번째 단서로 삼아 작업이 이루어져 있다. 북측의 둥근 영역에는 도시적 공원의 개념이 담겨 기존보다 자유로운 형태를 수용한다. 모듈식의 곡선형 책장들에는 바퀴가 달려 있고, 이들이 모여 더 큰 원형의 일부가 되면서 기존 곡선과 관계를 맺는 형식이다. 여러 모임들과 그에 따라 필요한 다양한 동선에 적합하도록 작은 호들로 책장들이 분할 및 재구성되도록 가변성이 부여되어 있다.
남측의 사각형 영역은 개인 또는 단체의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밀도 높은 ‘도시 블록’ 같은 느낌을 준다. 맞물린 블록처럼 책상과 책장이 서로 교차되어 있는데, 이곳의 가구 또한 이동 가능해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재배치되는 블록처럼 구성이 변경될 수 있다. 폴딩 도어를 사이에 두고 이 영역과 대회의실이 대면한다. 문이 열리면 더욱 확장된 활동이 가능하고, 문이 닫히면 회의실 등 구분된 영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구와 설비를 가릴 목적으로 설치된 패널, 높은 층고의 활용을 막고 있던 낮은 천장 등 기존의 덮개들이 제거되면서 전체적으로 규모와 밝기가 달라져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유입되는 광량도 풍부해진 모습이다. 비효율적인 공조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공간의 가장자리에 45cm의 층고가 추가로 확보되어 있다. 새롭게 들어선 복층의 독서 타워들은 그 결실이다.
북측의 타워들은 메자닌mezzanine을 형성하는 해먹 구조로, 놀이 공간인 동시에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물망의 하부에서는 차양 아래에 있는 것 같은 아늑함이 느껴지고, 상부에서는 해먹이 외부 유리의 곡선과 맞닿아 있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공간감이 경험된다. 남측 끝에도 네 개의 독서 타워가 세워져 있다. 건물 속의 건물처럼 보이는 이 타워들은 19세기의 공공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메자닌을 지지하고 있다.
건축, 가구, 책을 통합하는 과정에 전체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된 개념이 하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초등학생들의 스케일이 적용된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아이들의 몸이 실제로 닿는 부분 그 이상의 영역 또한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인체 측정학의 비례 체계로서의 ‘모듈러 인간’은 고정되어 있으며 이상적인 체계라면, 이 프로젝트에서 고려된 모듈러 체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가변적이다. 또한, 놀이와 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자세들의 범주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신체들이 맺는 관계도 포용하고 있다. 기존과 달리 연평균 6cm의 키가 자라는 6~12세 아이들을 위해 유연성과 특수성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모된 것은 그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이 유토피아적인 동시에 실용적인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게 되었고, 아이들이 공간에 직접 개입하여 경험하는 정도와 현상이 증가되고 있다.
작품명: 서울외국인학교 초등학교 도서관 리노베이션 /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22길 39 / 설계: 존홍 (서울대학교), 강승재 / 설계팀: 장진욱 / 시공: Cplus Design. / 기계설계: Myungbo Air / 건축주: 서울외국인학교 / 용도: 도서관 / 대지면적: 445m² / 완공: 2018년 / 사진: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