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건축가 서현의 지난 10년에 걸친 대한민국 도시 목격담, <도시논객>이 출간됐다.
‘도시와 건축으로 목격한 사회’라는 부제를 단 전작 <빨간 도시>가 출간된 후 10년, 그새 대한민국 도시와 사회는 많이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과 도시에 연관된 의문스러운 현상은 만연하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대처 방식이 아직 구태의연하고 쳇바퀴만 돌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전작보다 한껏 매서운 시선을 던지게 된 이유다.
책에서 저자의 시선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도시는 무엇인지, 건축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는지,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지를 질문하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일상을 관통한다.
‘도시는 무엇인가’는 도시의 기원과 가치를 묻는 질문이다. 저자는 빗살무늬토기에서 도시의 기원을 유추한다. 잉여를 담는 토기에서 출발해, 그 잉여가 비축되면서 인간이 정착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다음으로 정치, 역사, 선거에 초점을 두고 도시의 존재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치화된 대상으로의 도시에게 냉철한 시각을 담은 신랄한 비평을 쏟아내는 한편, 역사가 새겨진 장소로의 도시에서는 역사관에 기반한 치열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저자의 건축 철학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건축은 무엇을 말하는가’는 바람직한 건축관을 향한 질문이다. 민주국가를 표방해도 작동 방식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로,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단 사실을 용산 대통령 청사를 예로 들어 건축적 관점에서 증명한다.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가’는 건축가란 직업이 가진 사회적 역할을 톺아본다. 건축은 도시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며, 결국 건축가는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다고 고백한다. 교회, 아파트, 고문장 등을 사례로 들어 건축이 지닌 공공성을 돌아보고 그 내부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면서 해답을 내린다.
“그래서 우리의 도시구조물은 방치나 장식의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경향 각지에 나비, 고추, 사과, 두루미를 매단 육교나 가로등, 심지어 보가 세워졌다.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형태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랜드마크라며 세워졌다.”
<도시논객>은 일상에서 거리를 거닐며 마주하는 풍경 속 부조리와 불협화음에 가차 없이 메스를 댄다. 저자에 따르면 책에 담긴 기록은 마치 흐릿한 그림일 뿐이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결코 멀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독자들로부터 비로소 가치가 실현되기를, 우리 사회를 읽는 건강한 시선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서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겸 건축가로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빨간 도시> <배흘림기둥의 고백> <또 한 권의 벽돌> <세모난 집 짓기> <상상의 책꽂이> <내 마음을 담은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