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스튜디오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김정인 + 테이블오건축사사무소
뾰족한 박공지붕이 수평의 옥상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여럿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 삐죽삐죽 고개를 치켜드는 듯 움직임마저 느껴진다. 테라스로 공간이 움푹 비워져 있기도 하고, 짧은 날개를 단 듯 불쑥 튀어나와 있기도 하다. 덕분에 동적인 표정이 더욱 강조된다. 건물 중간에는 짧게나마 브리지가 지나고, 그 틈으로 하늘과 바람과 빛이 담긴다. 그러고 보니 한 동이 아니다. 똑같이 닮은 두 동이 부둥켜안고는 한 동으로 어우러진 모습이다.
서울시 강북구 인왕산 자락에 위치하는 주택 겸용 일터로, 멀리 북한산의 인수봉과 도봉산을 바라보며 서 있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두 명의 집주인을 위해 설계된 쌍둥이 건물이다. 각 동은 작은 출판사를 위한 공간과 1인 가구를 수용하는 규모의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17m²의 작은 부지에도 불구하고 각 동에는 두 개의 방과 두 개의 욕실이 자리하고, 97m² 규모의 내부에는 수직으로 통합된 생활공간과 주방까지 갖춰져 있다.
집이 보여 주는 수직적 구성은 특별하다. 같은 유닛이 적층되는 기존의 아파트나 도시형 주택의 구성 관행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목재와 콘크리트라는 두 가지 주요 재료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혼합하면서 가능했던 결과물로, 기존 목조 주택과도 다른 형식을 제안한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방’의 개념을 목재 큐브와 박공지붕의 가장 단순한 유형으로 전환한 후, 전체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모듈처럼 끼워 놓고 있다. 콘크리트 뼈대는 이 목조 방의 플러그인을 지지하는 요소가 되어, 벌거벗은 최소한의 구조로 작동한다. 반면에 목재는 프레임과 합판이 결합한 단일 공간의 형태로 수직으로 쌓인 채, 구조체인 콘크리트 위에 다중의 외피를 형성한다. 이 조합은 건물 외피에 여러 개의 층을 만들어 높이에 따라 열 성능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하부와 최상층 공간 사이에 8~10도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런 점에서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에 대한 도시 건축의 대안을 제시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목재와 콘크리트라는 각기 다른 특성의 두 재료를 혼합한 하이브리드적 접근은 서울의 고층 주거 현실에 대한 도전이 된다. 목조 건축을 고층화하는 데 현실적이고도 실무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경량 목구조에 대한 이해, 국내에서 다룰 수 있는 목구조 기술에 관한 숙련도, 단기 건설 시장의 급격한 변화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나아가, 수많은 아파트 단지의 대규모 재개발과 그 과정상의 무리수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보게 한다. 말하자면, 콘크리트를 무분별하게 부어 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회복력 있는 건축 문화’를 기대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법규로 인한 제한 사항에는 역발상으로 접근해 디자인 요소로 바꾸는 동시에 기존 도시 맥락에 새로운 조직으로 참여하고자 애쓰고 있다. 두 개의 동이 하나 같기도 하고, 하나의 동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하는 형태가 특히 그러하다. 두 동이 완전히 분리되는 동시에 상호 침투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통합을 이루며 도시 주택의 공간적 조직을 재정의하고 있다.
작품명: 무너미 스튜디오 / 위치: 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88-8 / 설계: 김정인(숭실대학교); 테이블오건축사사무소 / 시공: 이정훈, 모르포 / 건축주: 박종일, 김정인 / 용도: 근린생활시설, 주택, 오피스 / 대지면적: 117.27m² / 건축면적: 70.32m² / 연면적: 194.52m² / 건폐율: 59.96% / 용적률: 165.87% / 규모: 지상 5층 / 구조: 목조, 철근 콘크리트 / 외부마감, 내부마감: 탄화목, 콘크리트, 오동 무늬목 / 주차대수: 1대 / 설계기간: 2021.12.~2022.7. / 시공기간: 2022.8.~2023.9. / 완공: 2023 / 사진: 김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