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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에 있는 소담재는 45평 남짓한 일자형 주택이다.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있던 땅에 맞춰 곧게 뻗은, 그리고 앞뒤로 마당과 돌담을 끼고 산 아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소담하다. 이곳은 정년퇴임을 앞둔 교사 부부가 도심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에 마련한 터전이다. 소박한 사람들의 소담한 집, 포천 소담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주택을 설계한 일구구공 도시건축의 윤근주 건축가와 부부의 인연은 소담재를 짓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재직했던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을 맡았던 윤근주 건축가의 작업을 지금의 건축주가 지켜보곤 주택 설계를 의뢰하게 됐다고. 이들은 서로의 건축 철학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와 이해 관계를 조율해 소담재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각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주택’을 논하고 실현시키는 과정 끝에 그들은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하는 친구이자 이웃이 되었다.
책 ‘포천 소담재’는 소담재의 외형을 조망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관, 복도, 식당, 거실, 침실, 욕실까지 집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마치 현장에 방문한 듯 소담재의 공간을 훑고, 30m로 길게 이어지는 일자형 벽돌 건물이 어떻게 주택으로 기능하는지를 찬찬히 살펴 보다 보면 집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과 그 속에서 선택하는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쌓아갈 건축주의 지난 삶도 들어 본다. 부부가 교사로 살아온 시간,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 생전의 부모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 살아온 시간을 보여 준다.
그 사연들이 소담재의 공간 묘사 속에 잘 녹아 있는 것은 건축주의 의도와 뜻을 반영해 만든 공간이기 때문일 터. 이를 실현하기까지 건축가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타협이 되고 때로는 포기여야 했던 숱한 과정을 지나 소담재는 완성되었다.
“거실 큰 창에 서서 바깥 풍경을 살피던 건축가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단풍나무 너머가 새로 지을 집의 자리가 되겠지. 저곳에 딸네 집이 들어서면 부모님들이 이 창으로 자주 내려다보시겠구나. 여기서 새 집의 거실과 식당이 보이게 하면 어떨까?’”
‘제대로 지은 집(House)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집(Home)은 어떤 의미일까’를 화두로 던지며 포천 소담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