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가들에게 자신의 건축 세계를 내보일 기회를 마련하는 것. 해마다 젊은 건축가상을 시행하는 이유다. 올해도 자신의 확고한 철학 위에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세 팀(김진휴∙남호진김남건축, 김영수모어레스 건축, 서자민아지트 스튜디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의 시작점과 지금 도달해 있는 지점, 그리고 또 종착점은 어디인지, 그 건축 여정을 살펴보는 2023 젊은 건축가상 작품집 ‘의미, 무용, 태도’가 출간됐다.
책은 수상자의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에세이’와 각 팀이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선정한 대여섯 개의 ‘주제어’, 젊은 건축가 세 팀의 행보를 객관적으로 살핀 ‘리뷰’, 이들이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밝히는 ‘심사총평’ 챕터로 구성된다.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듯, ‘글’로 수상자의 면면을 기록하는 이 책은 예년의 작품집들과 조금은 궤를 달리한다. 수상자는 글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고 리뷰어의 글로써 자신의 행보를 객관적으로 살핀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이라는 말이 있지만 ‘말’로 수상자의 모든 면을 설명하는 책이다.
김진휴와 남호진은 건축이 품는 삶의 이야기에 주안점을 둔다. 이들 건축의 시작점은 늘 사람이다. 친숙하게 오가는 대화 이면에서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찾아내는 것. 이러한 이들에 대해 심사진은 “두 사람의 건축은 인간과 그 주변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색하는 일에서 아름다움보다 훨씬 어려운 윤리적 건축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을 전했다.
김영수가 만드는 형태는 실용적 물체인 동시에 무용한 가치를 지닌다. 그는 명상적인 태도로 공간 미학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지속적으로 건축 본질을 탐구하고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이러한 무용한 관심사는 엄격한 공간 조성, 섬세한 현장 통솔 과정을 거쳐, 건축계에 방향타가 될 만한 유의미한 모습으로 전달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자민의 작업은 집요하다. 상황에 맞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고유한 해석을 기점으로 출발한다. 그가 말하는 태도는, 이렇게 매번 의문을 품고 집요하게 사고한 경험이 쌓여 구축된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심사진은 “젊은 건축가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넘어 기성 건축계의 어쩌면 빈궁한 담론에 반한 원초적 물음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이민아 심사위원장은 세 팀을 선정한 이유를 ‘젊기 때문’보다 ‘좋은 작업’이기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특히 “새로운 세대의 특성이 전면화된 건축이어서가 아닌, 건축적 사유와 통찰, 실천력이 뛰어난 작가 중 기성의 규범에 편입하지 않은 채 확고히 자신의 언어를 다루고 있는 신인”을 선정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세 팀의 건축가들은 기성의 규범과 자신의 언어 사이에서 지독하게 고민하고 마침내 도출해 낸 것들로 또 한 번 나아간다. 그들의 단어와 작품, 선배 건축가들의 리뷰를 훑어보면서 치열했던 여정을 따라가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