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무르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HB건축사사무소
한 시골 소녀의 꿈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충청남도 아산에 들어선 복합문화시설 ‘모나무르’의 이야기다.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문화예술 공간을 짓고 싶었던 소녀의 바람은 40여 년이 지나 비로소 실현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모나무르Mon Amour‘는 불어로 ‘내 사랑’이라는 의미. 미술가가 된 소녀를 아내로 맞이한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 붙인 애정 가득한 이름이다.
갤러리, 공연 또는 예식이 열리는 복합 공간,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모인 4층짜리 건물은 주변에 이웃한 건물 하나 없는 15,000m²가량의 평평한 대지에 서 있다. 만약 일반적인 건물로 짓는다면 홀로 우뚝 솟은 교외 지역 모텔 건물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본래 소나무 묘목 농장이 있던 이곳 주변은 대부분 경작지였고 실제로 몇몇 모텔 건물이 있었으며, 보이는 풍경이라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이 전부였다고. 황무지 같은 이곳에 지은 모나무르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수공간을 끼고 흩어진 네 개의 조약돌 같다.
콘크리트 벽과 돌담을 돌고 돌아야만 목적지에 닿는 구조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곳의 경관을 충분히 즐기도록 마련한 건축가의 장치다. 건축가는 호수가 많고 화강석 돌담이 매력적인 아산 지역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과 인공의 건물이 동화될 방법, 특히 어느 한쪽에 따르기보다 자연스럽게 공존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택한 방식은 내부적으로 자연적인 요소를 만드는 것. 유기적인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인공의 결과물이고, 외부의 자연 요소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모나무르에 방문한 이들은 진입에서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건축가의 의도된 경관을 체험하며, 준비된 각각의 시퀀스마다 다양하게 감응한다.
단지를 구성하는 네 개 동은 두 동씩 2.3m 높이 차가 있는 대지 위에 있다. 이 차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물을 가로지르는 45m 램프다. 방문객은 램프 양쪽에 솟은 수벽을 통해 공간 변화를 인지한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벽부터 물보다 두 발 위 눈높이까지 오르내리는 것이다. 또, 각 건물에는 로비와 복도가 외부의 상태로 관입되어 내외부의 경계, 건물과 자연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다. 건물 대부분은 노출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구조체로서의 자재에 머물러 인위적인 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공간감에 더 집중하게 하는 연출이다. 단, 아트갤러리는 예외다.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붙여 하늘과 물, 주변의 경관을 은은하게 반사하고 그로 인해 건물에 투영되는 현상이 기하학적인 매스의 존재감을 희석해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울룩불룩한 질감을 과감히 살려 유기적인 물의 형상과 비슷한 표현을 시도했다.
네 개의 전시관 사이사이에는 네 개의 틈이 존재하고 그 틈에는 각각 들어온 길과 나가는 길, 그리고 들어오는 물길과 나가는 물길이 있다. 나가는 길의 틈으로 매스를 빠져나가면 열린 공간을 마주하게 되고, 그곳엔 다양한 조경공간과 곡선의 산책로가 펼쳐진다.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 벽과 틈새, 형태와 마당, 자연과 인공의 건축 어휘들은 연속적으로 교차하며 수공간을 품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작품명: 모나무르 / 위치: 충청남도 아산시 장존동 185-7 / 설계: HB건축사사무소 / 대표 건축가: 정효빈 / 프로젝트건축가: 백경욱, 장한 / 설계팀: HB건축사사무소 / 시공: 주.민광종합건설, 김태경 (현장소장: 조남식) / 발주자: 주.모나무르 / 구조엔지니어: 금구조, 김수경 / 기계엔지니어: 두현 엠앤씨 / 전기엔지니어: 라인엔지니어링 /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4,546m² / 건축면적: 2,444.14m² / 연면적: 2,230.54m² / 건폐율: 16.8% / 용적률: 15.33% / 설계기간: 2017.12.~2018.12. / 시공기간: 2019.2.~2019.10. / 준공: 2019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