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뉴, 부평 작전교회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스튜디오 어싸일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저층 근생시설이 복잡하게 모여있는 인천시 계양구 일대. 그 전형적인 구도심에 거대한 회색빛 매스가 터를 잡았다. 주변 건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케일도, 두툼한 외피를 두른 채 속을 내보이지 않는 제스쳐도, 동네 풍경과는 이질적인 이 매스의 정체는 교회다.
좁고 긴 부지는 동쪽으로는 4차선 차로와 남쪽으로는 보차혼용의 이면도로와 접해 있다. 이면도로 맞은편에는 5층 높이의 판상형 아파트들이 자리하는데, 좁은 길로 늘 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터라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하다. 4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다세대주택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미 상당히 노후하여 전면적인 재개발이 예정돼 있다. 지금의 동네 풍경이 얼마나 더 유지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시설이 들어서기에는 그리 좋지 못한 여건이다.
급변을 앞둔 구도심 주거지에는 어떤 모습의 교회가 들어서야 할까. 대안으로 보편적인 교회건축으로부터의 일탈을 제시한다. 3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지역 교회의 특성은 유지하되,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건축을 제시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성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예배공간의 본질이 나날이 왜곡되는 현상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아, 내부 공간은 다시금 예배공간으로서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거시적 관점의 목표와 더불어 세 가지 구체적인 미션도 주어졌다. 첫째, 극단적으로 좁고 긴 땅이 지닌 장소적 난항을 타개하는 것. 둘째, 교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크기와 성격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 셋째, 지역교회가 지닌 커뮤니티적인 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건물은 언뜻 봐서는 교회임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뾰족한 종탑이나 지붕에 매달린 십자가 같은 상징물들이 대거 생략된 탓이다.
부지의 비정형성에서 비롯된 낯선 비례와 형상 때문인지 심지어 건물보다는 조형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 독특한 형상은 세포 분열을 거친 이 지역의 근육 힘줄을 닮은 듯도 하다. 건물 이름이 힘줄을 뜻하는 ‘시뉴’가 된 이유도 그래서이다. 또한, 건물의 특별한 형상은 일종의 상징이 되어, 교회를 동네 풍경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케 할 것이다.
외장재로는 차분하고 중성적인 톤의 이스라엘산 라임스톤을 사용했다. 스케일이나 형상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띄므로 재료로나마 존재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전히 종교시설 고유의 아우라는 뭉근하게 풍겨난다.
배리어 프리 개념은 시각적 측면뿐 아니라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측면에서도 세심하게 적용했다. 대로와 접한 면의 폭은 아주 좁지만, 정확히 그 부분에 주 출입구를 만들어 보행자가 대로변에서 자연스럽게 교회로 흘러올 수 있도록 유입구를 열어둔 것이다. 그 외에도 안팎의 구분이 어렵게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내부와 외부의 심리적 경계를 흐린 것이나, 모든 계단을 외기에 면하게 함으로써 누구든 교회 옥상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산책을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모두 그러한 예시 들이다.
외피와 내피 사이, 외기에 접하는 부분에는 다양한 스케일의 중간적 장치들이 삽입된다. 발코니, 테라스, 외부 계단 등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외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지하층 남측에는 비교적 넉넉한 규모의 선큰을 두어 이에 면한 카페테리아와 집회 공간에 채광과 환기를 돕는다. 교회 시설의 특성상 주차장이 한시적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지상층 외부 공간은 전략적으로 구획하여 아이들을 비롯한 커뮤니티의 다양한 행위들을 수용한다.
본당은 지나치게 많은 상징과 행위를 담고 있는 기존 교회들의 예배 공간을 경계하는 동시에, 정서적으로는 한층 더 순수하고 정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데 주력했다. 높은 천정고, 폐허를 연상케 하는 부정형 내면 윤곽, 불규칙하게 찢겨 들이치는 자연광, 회중석 경사부의 단면 구성, 규칙성이나 비례를 갖추지 않은 회랑 등은, 시간성을 제거한 대자연 속의 원시 집회 공간, 혹은 그 무언가에 닿아 있는 듯한 장소적 경험 등을 떠올리게 하며, 모종의 현상학적 공간감을 이끌어 낸다.
회중의 시선을 집례자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강단을 크게 비우는 한편, 배경에는 스케일 감을 제거한 자연석을 삽입했으며, 성가대석은 통상과 달리 후면 높은 곳 어딘가 미지의 영역에 배치했다.
복합 시설 특유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부터 공적인 영역 간의 다양한 차등 정도를 계산하여, 이에 대응한 경계면들을 설정했다. 4개의 주요 집회 공간이 담는 주요 행위들, 종교적 숭고함에서부터 커뮤니티 시설 특유의 캐주얼함에 이르는 커다란 정서적 스펙트럼을 세세하게 구분하여 각각에 상응하는 폐쇄도와 개방도를 설정했다.
작품명: 부평 작전교회 / 위치: 인천광역시 계양구 효성동 9번지 / 설계: 스튜디오 어싸일럼 (김헌) / 설계팀: 박두권, 이정민, 김해옥, 이규열 / 구조설계: 원구조 (조용원) / 시공: 부흥 / 기계설계: 기술사사무소 선화 / 전기설계: 선화 기술단사무소 / 용도: 종교시설 / 대지면적: 2,002m² / 건축면적: 778.23m² / 연면적: 2,996.19m² / 건폐율: 38.92% / 용적률: 104.32% /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T30 라임스톤, T24 복층유리 / 내부마감: T30 라임스톤, T24 복층유리 / 완공: 2013 / 사진: 박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