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호두나무 사이 집
에디터 한정민 글 정영진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KAV 아키텍츠
이란 북부 산악지대 알보르즈주는 산맥을 따라 이어진 자연환경이 사계절 내내 장관을 이룬다. 그 안에 자리한 군집 중 하나가 아그다시에 농촌 마을이다. 산의 경사를 피해 평평한 대지를 차지한 마을에서 집들은 별다른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작은 규모로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락에 새로 들어선 작은 주택은 주변 집과 엇비슷한 규모다. 수평 수직으로 분절된 매스 형태에서 이웃한 두 호두나무를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오래된 호두나무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가장 가치 있게 고려됐다. 건축가는 호두나무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나무를 통해 집에서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두 나무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나무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된 이유다. 건물은 두 나무 사이에 둥지를 틀고는 양방향으로 돌출하면서 점차 나무에 다가간다. 특히, 남쪽 호두나무를 둘러싼 벽체는 마치 팔로 나무를 감싸안는 듯하다.
나무를 향해 전진한 부분은 안팎을 잇는 중간자적 공간이다. 건물 입구와 거실, 식사하는 공간을 마련한 남측과, 딸의 침실과 벽난로를 둔 라운지가 있는 북측은, 넓은 창 너머로 풍경을 조망하는 열린 공간이다. 상대적으로 사적인 공간인 북측에는, 높은 담벼락이 마당을 두르고 있어 사생활 노출 걱정 없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두 세대가 편히 집을 사용할 수 있을까?’ 건축가가 두 번째로 직면한 고민이었다. 전통 가족 문화와는 달리, 현대 가족은 세대 간 휴식과 생활을 구분하길 원한다. 그로 인해 집은 공공 영역을 담은 열린 공간과 사적 영역을 포함하는 닫힌 공간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공공 영역에서는 바깥으로 탁 트인 시야를 통해 일상생활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이에 반해 딸의 방을 제외한 침실들은 여러 개의 작은 창을 통해 최소한의 시야만 확보한다. 두 영역은 재료상으로도 대비된다. 열린 공간에는 시멘트와 유리를 사용하여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닫힌 공간에는 돌을 사용하여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두 호두나무 사이 집은 물리적, 문화적 관점에서 나무와 사용자를 연결하고자 했다. 두 주체 간의 연결은 옥상에서 긴밀해진다. 지면보다 한층 높은 옥상층은 두 나무를 잇는 안뜰이 되어, 사용자로 하여금 두 그루 사이를 거닐거나 잎과 열매를 만지며 나무와 한층 가까워지도록 돕는다.
Project: A house between two walnuts / Location: Alborz, Iran / Architect: KAV Architects / Lead Architects: Taraneh Iranpour, Shayan Seif / Use: Single Unit Residential / Gross floor area: 200m² / Completion: 2023 / Awards: Finalist for Memar Awards 2023 in Single Unit Residential Category / Photograph: ©Mohammad Hasan Ettefagh (courtesy of the architect)